동맹 관계인 미국과 영국이 비자를 둘러싸고 정면 충돌했다. 영국 무슬림의 미국 입국이 잇따라 거절된 탓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랜드를 방문하려던 영국 무슬림 가족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데 이어 영국인 이슬람 성직자의 미국행도 좌절됐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인 무슬림의 입국 거부사례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간에 신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국인 이맘인 아즈말 마스루르(44)는 지난 17일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뉴욕행 버진애틀랜틱 항공기를 탈 예정이었으나 출국 수속중에 저지당했다. 마스루르는 올해에만 수차례 미국을 다녀왔다.
마스루르는 지난해 비자면제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ESTA) 신청이 거절되자 다시 상용·관광(B-1·B-2) 비자를 신청해 발급받았으며, 이후 5차례 미국에 갔다. 이번 방문에서는 뉴욕 퀸스에 있는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예배를 이끌고 친지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지난 2010년 영국 총선 때 런던 동부의 한 지역구에서 출마해 2번째로 많은 20% 표를 얻은 마스루르는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모하마드 타리크 마흐무드를 비롯한 영국인 무슬림 가족 11명이 로스앤젤레스(LA) 디즈니랜드 등에 놀러 갈 계획으로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출국하려다가 미 국토안보부 직원들로부터 입국허가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미국 입국이 거절된 영국인 사례가 최근 2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은 “당사자들과 연락하고 있고 논평은 하지 않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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