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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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증권 매각전이 KB금융,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3파전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인수 이후 대우증권 소액주주 처리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3곳이 모두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어 대우증권 인수 후 합병 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에 앞서 매각된 다른 증권계열 금융사에 매각된 증권사는 아이엠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다. 이들은 각각 메리츠종금증권, NH금융지주에 매각됐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인수 후 기존 증권사와 합병시 합병 기준은 '덩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존속기업으로 남아 아이엠투자증권을 피합병 대상으로 했다. '점령군' NH농협증권은 피인수대상인 우투증권의 덩치에 밀려 피합병 대상이 되고 존속법인은 피합병 법인 우투증권이었다. 다만 합병법인 명칭은 NH투자증권으로 정했다.
이같은 전례로 볼때 인수후보 3곳 중 어느곳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더라도 대우증권이 존속법인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우증권이 자기자본 기준 2위인 대형증권사인데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존 보유 자산 등의 승계 과정에서 세금 부담 등도 대우증권의 존속법인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자산이 클수록 그만큼 승계 과정에서 내야할 세금이 많기 때문에 덩치가 작은 곳을 흡수합병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시나리오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대우증권 주주를 대상으로 잔여지분 공개매수에 나간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경우와 동일한 시나리오다. 대우증권 주주에게서 주식을 사들이는 대가로 KB금융 주식을 지급하는 방법이다. 이후 대우증권을 상장폐지하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KB투자증권과 합병할 경우 KB금융이 합병 증권사의 100% 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해당방식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매수가 산정을 둘러싸고 대우증권 주주와의 마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주식 공개매수 당시에도 한국은행 등 외환은행 기존 주주들이 매수가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하며 갈등이 불거진 바가 있다. 아울러 KB금융이 공개매수 대가로 지급하는 주식은 자사주이기 때문에 KB금융 주주들이 이에 대한 반발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자사주 매각이 주식가치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대우증권 상장을 유지하며 KB투자증권과 합병하는 방법이다. KB금융이 KB투자증권 100% 주주이기 때문에 합병이 훨씬 용이할 뿐더러 합병과정에서 합병 증권사에 대한 지분율도 50%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금융지주 내에 2개의 상장사를 유지함에 따라 IR, 주가관리 등 추가로 손이 갈 일이 많게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상장사간 합병이라는 점이 고민의 대목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PBR은 유상증자 등의 여파로 0.50에 그치고 있다. 반면 대우증권 PBR은 0.82에 달한다. 이같은 PBR 격차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은 대우증권 주주에게 유리한 반면 미래에셋증권 주주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 이후 주가부양을 통해 이러한 격차를 해소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아울러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자사주 부담도 관건이다.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보유하게 되는 대우증권 지분 43%가 합병이후 고스란히 자사주로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증권 인수 이후 기묘한 구조를 갖게 된다. 인수 이후 대우증권 합병 방법으로는 우선 대우증권 주식을 공개매수하며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국금융지주 시가총액보다 대우증권 시가총액이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만약 가능하다 하더라도 대주주인 오너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해진다는 측면에서 실행불가능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을 존속법인으로 두고 한국투자증권을 대우증권에 합병시키는 방안이 현실적인 상황이다. 한국금융지주의 매출 구조가 거의 대부분 한국투자증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방안이 이뤄질 경우 한국금융지주와 실적이 거의 유사한 합병 '뉴 한국투자증권'이 상장돼 있는 모습이 연출된다. 한국금융지주가 이러한 상황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에 대해 시장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