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에는 패션브랜드 '루이까또즈'로 유명한 태진인터내셔날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획을 접었다. 최근 실적 감소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가 다수가 희망 공모가 밴드(3만4600~3만9200원) 하단에 몰린 탓이다. 태진인터내셔날은 향후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재공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이나 코스닥시장 입성을 추진해온 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상장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연말을 앞두고 공모(IPO) 기업들이 몰리면서 바이오나 제약, 화장품 등 특정 업종에 기관 수요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에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고, 일반인 청약도 실시하기 전이라 투자자 보호에는 큰 문제가 없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시장 침체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 매력 자체가 줄었다"며 "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실적보다는 산업 전망 등을 중심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반면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은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4분기 공모주 시장을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에 쓰이는 화학 제품을 개발하는 케어젠(833.46대1)은 이 기간 수요예측을 실시한 19개 기업 중 가장 높은 기관 경쟁률을 보였다. 유사 업종에 속하는 엠지메드(715.39대1), 에이티젠(695.79대1), 아이진(408대1), 유앤아이(377.40대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선박 부품 제조업체인 세진중공업(8.89대1)이 가장 낮은 기관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난 9월 세진중공업은 수요예측을 실시한 다음 상장 계획을 한 차례 연기했다. 이후 지난달 희망 공모가를 대폭 낮춰 재도전에 나섰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인 3500원으로 확정됐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엑시콘도 기관 경쟁률 28.34대1을 보이며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인 리드(42.89대1),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금호에이치티(46.05대1),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하이즈항공(47.27대1) 등도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일각에선 일부 인기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이 코넥스와 코스닥을 넘어 유가증권시장까지 번지고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경색 조짐을 보이면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현상을 피하기 위해 내년부터 공모 일정이 연중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증권업계와 공조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예경 기자 / 송광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