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도쿄) 이상철 기자] 1달 전만 돌이켜봐도 한국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가뜩이나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였는데,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 및 부상자 속출로 얼굴이 계속 바뀌었다. 우승후보로서 한국은 절대 상위권이 아니었다.
지난 8일 개막한 2015 WBSC 프리미어12(이하 프리미어12)는 이제 단 2경기만 남겨뒀다. 일본라운드(준결승 이후)까지 오른 4개 팀의 최종 순위를 가릴 일만 남았다. 정상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 건 2개 팀뿐. 그 중 하나가 한국이다. 이전 평가를 고려하면, ‘이변’이다. 한국이 여기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잠시 주춤하며 미끄러진 적은 있어도 일어섰다. 그리고 성큼성큼 앞으로 뛰어갔다. 한 번 패하면 끝인 토너먼트 들어 놀랍고 대단한 경기력을 발휘했다. 통과, 또 통과. 그 한걸음이 기적의 한걸음이었다. 쿠바를 초전에 박살냈던 ‘폭발력’은 기다림이 다소 필요할 뿐, 꼭 터졌다. 준결승 일본전에서도 ‘기적의 9회’를 연출하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 한국은 21일 미국과 프리미어12 결승을 치른다. 우승후보 절대 순위가 아니었던 한국, 그러나 기적의 야구가 11월을 뜨겁게 하고 있다. 사진(日 도쿄)=김영구 기자 |
또 한 편의 전설이다. 완결이 눈앞이다. 이제 딱 한 번만 남았다. 그 한 번만 이기면 한국은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버리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다. 기막힌 재미이자 신선한 바람이다. 그 기적의 완결편은 ‘우승’이다.
또한, ‘설욕 시즌2’라는 부제도 있다. 한국이 프리미어12에서 패한 건 두 차례. 일본과 미국 앞에 고개를 숙였다. 준결승서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그리고 공교롭게 결승에 만난 건 미국. 다시 맞붙는 미국마저 이길 경우, 한국의 믿기지 않는 드라마는 통쾌한 설욕과 함께 아름답게 완성된다. 그리고 도쿄돔은 ‘약속의 땅’이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될 것이다. 기적의 승리에 이어 기적의 우승까지.
모든 게 결정됐다. 돌아갈 날짜와 항공편도 정해졌다. 확정되지 않은 건 딱 하나. 최종 성적이다. 우승 혹은 준우승, 둘 중 하나다. 힘들고 지쳤다. 그러나 후회 없이 싸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을 쏟는다. 마지막 경기이니까. 이대호는 “우승을 목표로 도쿄에 왔다. 힘들어도 전투에 임하는 자세로 싸우겠다”라고 결연한 각오를 나타냈다.
김인식 감독도 ‘우승’이라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뿐이다. 마음속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김 감독은 “일본이 한국에 ‘이렇게’ 패하는 게 야구다. 경기 결과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또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며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한
끝을 향해 하염없이 달려갔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다. 마지막 갈림길이다. 기왕 하는 거 끝까지 달려가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향해. 그리고 그 기적을 완성시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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