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정효수씨(50대 여성·가명)는 우리 경제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 그는 경기도에 살면서 월평균 소득이 300만~500만원인 중산층이지만, 스스로를 ‘중하층’으로 규정했다. 월소득은 국민 평균 수준이지만 전월세값 부담에 모으는 돈이 별로 없다보니 작년 보다도 살림살이가 악화됐다고 걱정하고 있어서다. 이런 고민 때문에 공무원임에도 정부 전망을 불신한다. 그는 “이런 상태로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이 맞기 힘들 것”이라며 “내년도 경제는 체감적으로 0%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이 4.2%(전년비·경상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 100명 중 65명은 목표 달성이 힘들 것으로 내다 봤다.
앞서 지난 10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 4.2%(실질 성장률 3.3%)는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을 위한 노력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이번 설문 조사에서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경기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어두웠다. 월 평균 소득(가구 기준)이 1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76.5%가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5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은 78.7%, 3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은 69.3%,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63.1%, 100만원 미만은 43.4% 수준이었다.
직업별로 나눠볼 때 부정적 응답은 기업 대표 또는 임원, 공무원에서 많았다. 기업 대표 또는 임원이라고 답한 응답자 8명 모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 37명 중 33명(89.2%)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정부 전망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 국민들이 본 내년 성장률(실질 기준)은 크게 낮았다. 2%대라는 응답이 29.7%로 가장 많았고 1%대는 17.1%, 0%대는 9.9% 수준이었다.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응답한 이도 8.9%나 됐다. 3%대는 15.5%, 4%대는 3.1%, 5%대는 0.9%에 수준이었다. 3%대 이상으로 내다본 국민이 10명 중 2명도 채 안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이번에도 전망치가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적 귀속 계층을 묻는 질문에도 부정적 답이 주류를 이뤘다. ‘중하층’ 혹은 ‘하류층’에 속한다고 답한 이들이 48.5%였다. 특히 월평균 수입이 50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70%가 스스로를 중류층(중산층) 이하로 규정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실제 소득은 늘었더라도 오히려 자신의 소득내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경제적 계층 귀속감도 낮아지고 심리적 소득도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또 국민 3명 중 1명(33.4%)이 올해 살림살이가 작년에 비해 나빠졌다고 답했다. 반면 좋아졌다고 답한 비율은 8.5%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부정이 긍정에 비해 4배 더 높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보통 상용직, 정규직 근로자들은 일정정도 수입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라며 “긍정과 부정의 차이가 큰 것을 보면 아직 체감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소득별로 보면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이하인 가구가 주로(40.7%) 올해 살림살이가 지난해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경기악화의 한파가 주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살림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는 교육비(30%)가 가장 컸다.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기획취재팀 =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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