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60분 동안 명언이 쏟아졌다.
3일 방송된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신경수) 10회에서는 김영현-박상연 작가 특유의 촌철살인 명언이 수없이 등장했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명언은 ‘육룡이 나르샤’의 정체성과 색깔을 오롯이 담아내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에서 이방원(유아인 분)은 안변책이 가결된 것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함주에서부터 함께 달려온 분이(신세경 분)을 와락 끌어안고 빙글빙글 도는가 하면, 분이에게 꽃신을 사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위조한 안변책이 통과한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이에게 거꾸로 이방원은 “지금은 승리를 만끽할 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도전의 아지트에서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했던 정도전과의 만남에서, 이방원의 자신감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곳에는 까치독사인 땅새(이방지/변요한 분)도 함께 했다. 세 용이 만난 삼자대면의 순간, 시청자도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하고도 의미 있는 명언들이 터져 나왔다.
어미를 잃고,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동생의 생사마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땅새는 지금 누구보다 고려가 원망스럽다. 땅새는 어린 시절 정도전의 한 마디만 믿고 권문세족인 백윤(김하균 분)을 죽였다. 그의 행동이 ‘신조선 건국’의 혁명 불씨를 당긴 셈이지만, 그는 이제 더 이상 정도전을 믿지 않는다. 너무도 많은 백성의 희생이 잔혹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희생에 대해 이방원은 견뎌내야 할 과정이고 대업을 위한 희생이라고 했다. 여기서 땅새의 명언이 나왔다. 땅새는 “정치하는 것들은 밟혀나가는 들풀 따위는 안중에도 없지. 잘 되고 있다? 잘 되는 과정에서 죽는 백성이 몇이어야 해!”라고 소리쳤다. 무의식 중에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소수의 권력자를 향한 처절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땅새가 사라진 뒤, 정도전은 이방원을 비난하며 송곳 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이방원이 이성계(천호진 분) 몰래 안변책에 도장을 찍었다는 사실을 안 정도전은 극도로 분노했다. 이방원은 난세에는 다른 검이 필요한 것이라며 자신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정도전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정도전은 이방원을 차갑게 노려보며 “난세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난세의 희생자, 난세와 싸우는 자. 그리고 너처럼.. 난세를 타는 자”라고 읊조렸다. 이어 “난세를 타는 자들이 난세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다”고 소리쳤다.
그런가 하면 “벌레”에 비유한 정치인의 마음 속 욕심 역시 매서웠다. 정도전은 “정치를 하려는 자는 누구나 마음 속에 벌레 한 마리를 키운다. 허나, 그 벌레의
50부작 중 10회를 방송한 ‘육룡이 나르샤’. 매회 쏟아지는 명언 속에 인물들이 변화하고 있다. 이들이 세울 새 나라 조선과 그 과정을 담아낼 ‘육룡이 나르샤’에 귀추가 주목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