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 아름다운 20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휘두르는 활에 관객들의 마음이 저절로 열린다. 생명력이 넘치고 화려한 선율은 젊은 연주자들의 강점이다. 세계 유명 콩쿠르를 휩쓴 완벽한 테크닉에 미모까지 갖춰 클래식 음악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
현란한 테크닉이 필요한 악기 특성상 젊고 유연한 연주자들이 각광받을 수 밖에 없다. 선두 그룹에는 동갑내기 김수연, 신지아, 클라라 주미강이 있다.
독일 뮌스터에서 태어난 김수연은 ‘젊은 거장’으로 불릴 정도로 깊이 있는 연주를 들려준다. 9세에 뮌스터 음대 예비학생으로 발탁됐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진지하게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뮌헨 음대에서 바이올린 거장 안나 추마첸코 교수를 만나 음악적 성장을 이뤘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김수연은 이미 완성된 거장이다. 동양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표현하기 힘든 중후한 중부 유럽 음색을 내며 정확하고 강건한 테크닉 등 뼈대가 튼튼한 연주자”라고 호평했다.
특히 그가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 (DG)에서 발매한 모차르트 소나타 앨범 ‘모차르티아나(2009년)’와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2011년)는 나이를 뛰어넘는 음악적 무게를 들려줬다.
콩쿠르 경력 역시 화려하다.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06년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09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4위를 차지했다. 쿠르트 마주어, 엘리아후 인발, 정명훈, 안드리스 넬슨스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협연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바이올린은 니폰 뮤직 파운데이션이 후원한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Lord Newlands’다.
클라라 주미강의 음악은 화려하다. 부친인 베이스 강병운 서울대 명예교수의 영향 덕분인지 오페라처럼 드라마틱한 연주를 들려준다. 강 교수가 활동하던 독일에서 태어난 클라라 주미강은 7세에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 명교수 도로시 딜레이에게 배운 후 16세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만났다.
체계적인 교육과 재능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2010년 센다이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완벽한 테크닉을 인정받았는데도 지난 6월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출전해 이 대회 조직위원장이자 러시아 지휘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에게 발탁됐다. 그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박 평론가는 “가장 프로페셔널한 무대 매너와 음색을 가진 연주자다. 외모 만큼이나 테크닉도 완벽해 외국 매니지먼트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라 주미강의 바이올린은 삼성문화재단이 후원한 1725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ex-Moeller’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신지아는 외국 유학을 거치지 않고도 세계 콩쿠르를 휩쓴 토종 연주자다. 2006년 하노버 국제 콩쿠르 2위, 2007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5위, 2008년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1위, 2012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3위를 차지했다.
그의 스승 역시 김남윤 교수다. 딸처럼 아끼며 가르쳤다.
박 평론가는 “신지아는 날카롭고 예민한 소리를 내는 연주자다. 순발력이 좋아 날렵한 선율 처리가 독보적이다. 개성도 강하다”고 평했다.
일본에서 각광받는 신지아는 NHK 심포니와 오사카 필하모닉, 교토 심포니와 협연하고 벳부에서 열린 아르헤르치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다. 현재 KBS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 ‘더 콘서트’ MC로 활약하며 대중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다미는 레퍼토리 폭이 넓은 연주자다. 그처럼 바흐부터 프로코피예프까지 협주곡 9곡을 제대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드물다. 기본기가 탄탄해 파가니니 작품에 강하다.
여린 외모와 달리 무대에서는 ‘강심장’으로 통하는 그는 지난 8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독주회 무대에 섰다. 연주력이 출중할 뿐만 아니라 성품이 착해 한 번 협연한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계속 그를 찾는다.
김다미는 미국 커티스음악원 아론 로잔드 교수를 거쳐 보스톤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 교수에게 배웠다. 로잔드 교수가 콩쿠르 출전을 반대해 25세에야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실력을 차곡차곡 쌓은 덕분에 2010년 파가니니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 2012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하노버 국제 콩쿠르 우승,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입상을 휩쓸었다. 바이올린 거장 기돈 크레머가 이끄는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 북독일방송교향악단(NDR),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그의 악기는 일본 옐로우 엔젤 재단이 후원한 1731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Romanov’다.
서울대 음대 출신 김봄소리 역시 토종 연주자.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서울대 교수 제자로 2010년 센다이 국제 콩쿠르 최연소 입상, 2013년 뮌헨 ARD 국제 콩쿠르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북독일방송교향악단, 뮌헨 쳄버 오케스트라, 헬싱키 필하모닉 등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그의 연주는 단아하면서도 거친 매력이 공존한다. 악기는 금호문화재단이 후원한 1794년산 과다니니다.
박 평론가는 “여러 감정을 표현할 때 하나의 자기 결로 아름답게 포장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편집의 묘를 잘 살려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연주한다”고 평했다.
한국인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우승을 차지한 임지영은 ‘검객’으로 불릴 정도로 굉장
그의 악기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부상으로 받은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Huggins’. 젊고 건강한 음악을 들려주는 그 역시 김남윤 한국예술종학교 교수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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