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원의 초임 연봉이 일본 은행원 초임 연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은행권의 경직적인 노사관계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14일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가 아시아 5개국(한국·일본·싱가포르·홍콩·대만) 대졸 신입행원의 입사 후 1년 간 초임연봉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257만원으로 일본(2411만원)보다 76% 많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4260만원으로 한국(3289만원)보다 77% 더 많았다. 경제규모나 국민 한 사람당 벌이가 일본보다 작은데도 연봉은 더 많이 받는 ‘역전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국내 은행원의 초임연봉은 아시아 5개국 중 최고수준이다. 홍콩(4168만원), 싱가포르(4029만원)는 물론 대만(1199만원)보다 은행원 초임 연봉이 많았다.
문제는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데도 연봉은 더 높다는 점이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은 한국 대표 은행인 신한은행이 지난해 0.86%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싱가포르 대표은행인 대화은행은 1.26%, 일본 스미토모 미쓰이금융은 0.88%를 기록했다. 국내 7대 시중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지난 2004년 2.32에서 올해 상반기 0.88로 크게 떨어졌다.
국내 은행원의 초임연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경직적인 노사관계 때문으로 분석됐다.금융노조와 사용자간에 임금구조를 조정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는 게 현재 우리 금융권의 문제다. 금융권 노사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수익이 나면 이를 배분하고 수익이 떨어질 때는 고통을 분담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익성도 좋고 (직원 1인당) 생산성도 좋다면 초임 연봉이 높아도 문제 될 것은 없다”며 “임금체계가 경직적으로 (은행의) 이익이 변동함에 따라서 임금 수준이 같이 움직이는 체계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5개국 가운데 1인당 국내총생산(GDP)보다 은행원 초임연봉이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은행원 초임연봉은 1인당 GDP(3289만원)의 1.2배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일본 은행원의 초임연봉은 1인당GDP(426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1인당 GDP가 높은 싱가포르(6619만원)이나 홍콩(4708만원)도 은행원 초임연봉은 한국보다 적었다. 역시 일종의 ‘역전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평균적인 은행원 연봉도 한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많았다. 한국 은행원의 평균연봉은 6814만원(2014년)으로 미국(6440만원)이나 일본(6216만원)보다 많았다. 또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대만(3562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히 큰 나라보다 은행원 연봉이 더 높은 셈이다.
은행의 전체 비용에서 60~70%를 차지하는 임금이 경직되면서 은행들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수수료 수입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경직된 임금구조를 개편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재 호봉제 임금구조에서는 업무전문성과 상관없이 경력만 채우면 임금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개편해야한다는 얘기다.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의 이익이 날때는 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고 은행이 어려울때는 직원이 도와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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