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이탈을 겪고있는 신흥국들이 최근 대규모로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화 유출이 늘면서 추락하는 자국 화폐 가치를 방어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안전자산’인 미 국채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강해 신흥국들의 국채 매도가 급격한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이치방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동안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1230억달러의 미 국채(1년 잔존만기)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8년 이후 사상 최대 순매도다. 이들 은행이 이전 1년간(2013년 8월~2014년 7월) 270억달러 규모 미 국채를 사들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대량의 미 국채 매도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국 환율가치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자 신흥국들이 ‘환율방어’를 위해 미 국채를 내다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채를 매각해 달러가 유입되면 외환보유고가 늘면서 달러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자국 화폐 가치는 오르게 된다. 최근 경기 둔화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달러가 빠져나가는 것을 국채 투매로 상쇄하려는 것이다.
신흥국 가운데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매도한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 8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 이후 위안화 투매 현상이 발생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내다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에 나섰다. 도이치방크는 중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8월에만 1200~130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른 신흥국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 보유량은 지난 7월까지 최근 1년간 328억달러가 줄었고, 대만도 68억달러 감소했다. 선진국 중에서 유가 하락 영향을 받은 노르웨이도 183억달러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중국이 미 국채 시장을 위협할 정도로 팔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 국채 금리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
[김대기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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