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시간의 분절성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
↑ 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포스터 |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수원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하루 일과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 분)는 실수로 수원에 하루 일찍 내려가게 되고, 다음날 특강을 기다리며 들린 궁궐에서 윤희정(김민희 분)이라는 화가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윤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구경하고 저녁에는 소주를 마십니다. 술자리를 통해 가까워지는 두 사람. 선약이 있던 윤은 함과 함께 다른 카페로 이동해 술을 더 마시게 됩니다. 낯선 만남과 익숙한 헤어짐. 비슷한 줄거리가 2부에서 한 번 더 이어집니다.
◇ 1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 컷 |
함춘수 "아주 아주 먼 곳으로 여행 온 느낌이다. 지금…"
1부에서 등장하는 함춘수는 욕망이 강한 남자입니다. 젊고 예쁜 영화제 스텝 '보라'를 보며 "조심해야지"라고 다짐하기도 하고, "방금 전까지 완전했었는데"라며 윤희정과 가졌던 둘 만의 시간을 아쉬워하기도 하는 남자입니다. 그는 윤과 함께 향한 작업실에서 그녀의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칭찬하며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해 노력합니다. 윤의 지인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결혼 안 하셨나요?"라고 묻는 '수영'의 질문에 "결혼했다"고 함이 말하자 윤의 표정은 안 좋아지고, 둘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됩니다.
◇ 2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 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 컷 |
윤희정 "옛날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2부에서 등장하는 함춘수는 1부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대담합니다. 처음 본 윤희정의 가족관계를 서슴없이 묻고, 윤희정은 불쾌해하며 "나한테 왜 이러냐"고 묻습니다. 함께 간 그녀의 작업실에서 함은 그녀의 작품을 보며 "자기 위안을 위해 그리는 작품"이라고 말하며 멋대로 평해 윤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둘의 분위기는 1부보다 좋지 않습니다. 윤은 함이 자신을 보며 "귀엽다"고 하자 정색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둘이 가진 술자리에서 분위기는 반전됩니다. 함이 "너와 결혼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결혼을 해서 애가 둘이나 있다"고 기혼자임을 고백하지만 윤은 크게 실망하지 않습니다. 윤은 "옛날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둘은 우연히 주은 반지를 '결혼반지'라고까지 칭하며 아이같이 기뻐합니다.
↑ 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 컷 |
1부와 2부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같은 스토리를 1, 2부로 나누어 변주를 가하고 있습니다. '반복'에서 생기는 '차이'에서 영화의 쫄깃한 맛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1부는 완전한 것처럼 보였지만 불완전으로 끝나는 이야기, 2부는 불안해보였지만 완전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부와 2부의 핵심은 '술자리'에 있습니다. 함춘수와 윤희정이 가진 술자리가 마법처럼 작용해 이야기의 흐름과 느낌을 미묘하게 바꾼 것입니다.
↑ 사진=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스틸 컷 |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선'적 개념의 시간을 '점'의 측면으로 나누어 포착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삶이라는 개념을 분절적으로 나누어 '지금(AT NOW)'의 중요성을 포착하고 있는 것입니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17일 열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언론시사회에서 "'지금' 그 순간에 충실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가"를 말하고자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지난 23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라이브톡에서 "'지금'과 '그때'는 '시간성'과 관련이 없다. '모든 지금은 맞고 모든 그때는 틀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영화를 해석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을 제외한 모든 상황이 '그 때'라고 말하며 "'그때'라는 수많은 여집합을 빼고 도달한 '지금'을 우리가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주는 재미와 매력은 한 번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영화 1·2부의 차이와 의미를 발견하고, '지금'이 주는 깊이를 알게 됐을 때 영화의 감동은 '묵직하게' 찾아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새 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 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이더라"고 말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내일은 없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홍상수 감독이 아니면 시간이 가진 날카로운 깊이를 스크린에 담아낼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지금' '순간' '삶' '현재'라는 개념을 포착해 '생경한' 감동을 이끌어낸 그의 능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순간과 시간은 '지금(AT NOW)'입니다.
다시 못 올 것 순간들에 대한 아름다움과 이 세계에 대한 경탄을 담고 있는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오늘 개봉.
[MBN 뉴스센터 채혜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