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연극 ‘올드위키드송’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바로 음악을 통한 ‘소통’이었다.
‘올드위키드송’에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오스트리아 빈의 어느 음악대학 괴짜 음악교수 마슈칸과 기교는 있지만 음악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그의 제자 스티븐이 서로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있어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인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올드위키드송’은 계속 같은 음을 잘못 연주하는 마슈칸의 자책으로 시작을 알린다. 마슈칸의 피아노 연주가 이어지고, 예고도 없이 연습실에 불쑥 뛰어든 스티븐은 “슈만, 작품번호 48번, 시인의 사랑, C# 마이너로 연주했다. 원곡은 F# 마이너”라고 그의 실수를 지적한다. 이날의 만남을 시작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마슈칸과 스티븐은 ‘사랑의 시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뮤지컬도 음악극도 아니지만 ‘올드위키드송’은 끊임없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건보다는 극중 인물간의 심리변화가 중심이 되는 2인극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은 서로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며 긴장감을 높이기도 하고, 때로는 완화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음악이 극에 주는 효과에 대해 김지호 연출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DCF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진행됐던 ‘올드위키드송’ 프레스콜에서 “무려 1분30초의 전환시간이 있는데 그 동안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긴 시간동안 음악이 주는 감동이 있을 것”이라며 “‘올드위키드송’이라는 제목에서 ‘위키드’가 들어가 마녀이야기라고 짐작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보다는 끔찍했던 과거의 악몽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근본적인 외로움이라든지 옆 사람과의 소통 주변인들과의 어우러짐에 대한 힘듦을 녹아내리기 위해 이 작품은 선택하며 소통을 다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와 연출진이 ‘올드위키드송’에서 강조하는 주요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스티븐 역으로 출연중인 조강현은 “관객여러분들에게 어떤 것을 느끼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소통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소통의 부제 원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망각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이 작품의 연습을 하면서 살아가면서 소통을 잘 하고 있나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과 성악을 다루는 ‘올드위키드송’은 음악적인 장르 뿐 아니라 세계2차대전이 끝난 후 오스트리아라는 시대적 배경과 브리튼, 말러, 호로비츠, 번스타인 등의 음악가의 성향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는 지적인 작품에 가깝다. 묵직한 무게의 주제를 다루는 ‘올드위키드송’을 접한 많은 관객들은 작품이 끝나고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마슈칸을 연기하는 김세동 역시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음악을 알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 대본속에 있는 그 깊이까지 가려면, 사실 그 음악을 함부로 알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죽자살자 대본부터 외웠고, 캐릭터 자체가 조울증이 있는 인물인데, 스티븐과 소통의 과정을 그렸기 때문에 성격이 왔다갔다 보일 가능성이 높다. 집중력이 보통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 김세동 뿐만이 아니었다. ‘시인의 사랑’이 극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피아노 연주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기술적인 부분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스스로 연주하는 장면 역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로 인해 ‘올드위키드송’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연기 외에도 음악적인 상식과 성악적인 발성, 피아노 연주 기법 등 여러 가지를 아울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은 “안무만 없지 다 있는 것 같다. 연습만 9주를 했다. 이는 창작뮤지컬을 해도 할 수 있는 시간이다”며 “테이블 작업을 정말 오래했고, 노래와 피아노, 그리고 독일어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 피아노 연주는 기본적으로 칠 줄 아는 사람이면 쉬울 텐데 저는 그냥 무식하게 외웠다”고 후기를 전하기도 했다.
음악을 통해 마슈칸과 스티븐의 소통을 다루는 ‘올드위키드송’은 11월22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