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괴짜 일론 머스크가 최근 미국의 한 TV 토크쇼에 나와 한 말이다. 잘 알다시피 그는 전기차 테슬라모터스,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인기 캐릭터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화성에 핵폭탄을 투하해 지구처럼 만들 수 있다는 말이 그저 엉뚱한 말 실수만은 아닐 것 같다. 화성을 지구처럼 바꾸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걸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해 비영리단체인 마스원(MarsOne) 프로젝트, 그리고 일론 머스크 등 다양한 주체들이 화성에 거주민 보내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성 환경은 열악하다. 우주 방사선과 각종 유성우·운석 충돌 등 ‘우주적’ 문제들은 차지하고 화성은 지구처럼 생명체 친화적이지 않다. 대기 중 산소 비율은 1% 미만(지구는 21%)에 불과한데 그 대기마저 희박하다. 게다가 극저온이다. 최저 기온은 영하 176도, 평균 영하 62도다.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서 화성 환경을 바꾸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를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고 한다. 지구를 뜻하는 ‘테라’와 ‘~화(化)하다’는 의미의 ‘포밍’ 합성어다. 말하자면 지구화다. 유명 천문학자 고(故) 칼 세이건도 1961년 사이언스에 게재한 플래닛 비너스(Panet Venus)라는 논문에서 금성의 테라포밍, 1973년엔 화성의 테라포밍을 제시했다.
세이건은 화성 테라포밍을 위해 일단 차가운 지표기온을 올릴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법을 온난화에서 찾았다. 먼저 지구 미생물에 유전자조작을 가해 극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후 화성 극지방에 살포한다. 미생물이 번식하면 화성 극지방이 어둡게 변색된다. 변색된 극지방은 태양열을 흡수해 얼음을 녹인다. 얼음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있던 이산화탄소(CO2)가 대기중으로 방출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온실효과’가 발생하면 화성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칼 세이건의 온난화를 통한 화성 테라포밍 구상이다.
머스크의 핵폭탄 아이디어도 극지방 얼음 속 CO2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세이건 구상과 비슷하다. 다만 미생물은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니 핵폭탄으로 이를 단시간에 끝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열핵무기(수소폭탄)를 사용하면 일반 핵무기와 달리 방사능 피해는 줄이면서 더 많은 양의 얼음을 한번에 녹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머스크 주장대로 1기가t(히로시마 원폭의 5만배 위력)급 핵무기 수십개를 화성 극지방에서 터뜨린다면 방대한 양의 얼음이 녹으면서 CO2와 수증기가 발생해 대기가 다소 두꺼워질 수 있겠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워싱턴대 조슈아 밴드필드 교수는 “대기 중 CO2 농도가 올라간다면 사람 등 동물 생존엔 오히려 위험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ASA도 “태양계 탐험·탐사는 원래 있던 자연적 상태를 보존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머스크의 급진적 아이디어를 비판했다. 대신 세이건 구상을 받아들여 ‘점진적으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다. NASA 예측은 화성 대기압을 높이는데 90년, 빙하 등을 녹여 물을 얻는데 120년, 행성 기온을 올리는데 150년, 식물을 심고 퍼뜨리는데 50년, 화성 정착지 건설에 70년 소요된다. 총 480년이 걸린다.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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