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너하임) 김재호 특파원] 경기는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클럽하우스는 시장판이 됐다. 확장 로스터가 시행된 9월 메이저리그 풍경이다.
지난 8일(한국시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와 LA에인절스의 경기는 3시간 52분 동안 진행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3시간 초반의 경기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오래 진행된 경기였다. 양 팀이 16명의 투수와 7명의 교체 선수를 기용하면서 생긴 결과다.
↑ 잭 그레인키는 3시간 52분동안 계속된 경기에 불만을 드러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
9월 메이저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기다. 9월부터 메이저리그는 40인 명단에 오른 선수들이 모두 합류할 수 있는 확장 로스터를 시행한다. 벤치와 불펜에 가용 자원이 많아지다 보니 감독들이 선수 교체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간다. 선발이 조금만 난타를 허용하면 바로 불펜이 가동된다. 대타와 대주자 기용에도 거침이 없다. 그 사이 경기 시간은 늘어난다.
마이크 소시아 에인절스 감독은 “확장 로스터 기간에는 흔히 있는 경기다. 대타나 대주자 기용도 많아지게 된다”며 이런 경기가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 팀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전형적인 9월 경기”라며 웃었다.
선수들이 많아지다 보니 클럽하우스는 선수들만으로도 꽉 찬다. 8일 다저스 클럽하우스는 33명의 등록 선수들과 부상자 명단에 오른 선수들까지 합류하면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경기 후 외야수 칼 크로포드는 샤워를 마친 뒤 옆 자리 잭 그레인키를 인터뷰하기 위해 몰린 취재진 틈 사이로 간신히 옷을 꺼내 입기도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나은 편이다. 지난해 9월 리글리필드로 원정을 갔을 때는 몇몇 신인 선수들은 라커 한 개를 둘이서 나눠 써야 했다.
경기 시간은 늘어나고, 클럽하우스는 복잡해졌지만, 그럼에도 확장 로스터는 순기능이 더 많은 제도다. 한 시즌 동안 성공적인 마이너리그 시즌을 치른 유망주들에게는 훌륭한 보상이 될 수 있고, 시즌 도중 다른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풍경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닐 헌팅턴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단장은 이달 초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클럽하우스가 북적이는 것은 싫다”는 말로 너무
다저스 투수 잭 그레인키는 8일 등판을 마친 뒤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런 경기는 전혀 흥미롭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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