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백만장자 순위에서 50계단이 뛰어오른 독일 재벌가의 ‘위기 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보쉬에 이은 세계 2위 베어링 제조업체이자 독일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셰플러그룹 소유주인 게오르그 세플러다.
그는 모친인 마리아 엘리자베스 셰플러와 회사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미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지의 백만장자 순위에서 71위에 선정됐지만 불과 1년 만인 올해 21위(순자산 259억달러)로 50계단 도약했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과 중동의 워렌버핏 알-왈리드 빈탈랄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마저 제친 것이다. 그가 요즘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억만장자 재벌 2세라서가 아니라 그가 보여준 위기극복 리더십 덕분이다.
지난 2008년 셰플러는 자신보다 매출이 3배나 많은 자동차 타이어·브레이크 업체 콘티넨탈을 인수합병하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주가가 급락해 ‘빚더미’에 눌러 앉았다. 당시 100억 유로였던 부채규모는 자동차 업계 침체에 이자부담증가로 이어지면서 수년만만에 220억유로까지 불어나면서 한때 부도설이 파다해졌다.
이전까지 모친인 마리아 엘리자베스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가 2세인 게오르그가 경영에 전면 나선 시기도 이때 였다.
대량해고와 기업매각이라는 위기 앞에서 노동자들 앞에 선 그는 “미래를 위한 공동의 희생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직원들을 설득해 부분적 임시해고를 실시하고 일시적으로 임금삭감을 단행했다.
셰플러 노동자들이 속한 독일 금속노조에서는 초기에 강력 반발했지만 셰플러는 구조조정 대신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경영에 노동자들을 참여시키는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게오르그 회장은 금속노조와의 협상에서 “기업인으로서 금전적으로나 인적으로나 기업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우리가 소유한 지분을 팔아 빚을 갚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셰플러 그룹의 감사회 이사 절반을 노동자 측과 경영자측이 나눠 갖고 게오르그 CEO는 의장직을 맡았다.
직원들이 일정부분 희생을 감수하는 대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경영정상화 과정에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참여시킨 셈이다.
당시 독일 정부에서는 일정부분 임금을 깎는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잡셰어링’도 실시했는데 셰플러는 자발적으로 정부프로그램에 참여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고통을 분담한 셰플러그룹의 구조조정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소로 이어지며 지난 2011년부터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9년 회계년도 기준으로 셰플러 그룹의 매출은 125억달러 였지만 지난해 161억달러로 28.8% 껑충 뛰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셰플러는 보쉬에 이어 독일에서 두 번째로 많은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라며 “지난해
독일 보수매체 스피겔은 “셰플러그룹의 사례는 공동결정제도라는 경영민주화를 무기로 노사가 힘을 모아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독일식 방법론을 제공한 대표 사례”라고 역설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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