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호지스 형사에게. 나는 사실 언론에서 조커, 피에로 아니면 메르세데스 살인마로 불렸던 인물이야. 나는 맨 마지막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당신은 ‘최선’을 다했지만 안타깝게도 실패했지.”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고, 38구경 권총이나 만지작거리며 소일하던 퇴직 경찰 호지스에게 편지가 날아온다. 훔친 메르세데스로 채용박람회 참석한 사람들을 치어 8명의 사망자를 내고 도주한 살인마로부터. 그는 호지스가 정말로 체포하고 싶었던 대어였다. 자신을 검거하지도 못하고 명예롭게 은퇴했냐는 조롱과 도발에 호지스는 훌훌 단신으로 사건에 다시 뛰어든다.
500여편이 넘는 소설을 쓰며 공포, 판타지, SF까지 넘나든 ‘미스터리의 제왕’ 스티븐 킹(68)에게도 미지의 영역이 있었다. 아서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로부터 계보가 이어져온 탐정 소설이었다. 스티븐 킹이 작가생활 40여년만에 처음으로 쓴 탐정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황금가지)가 출간됐다. 올해 미국 최고의 추리소설 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선량한 시민들을 겨냥한 묻지마 범죄는 2013년 벌어진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범인의 편지를 단서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가 이어지는 구성은 고전적인 추리소설의 전통을 따른다. 그럼에도 초반부에 범인을 공개하고 탐정 호지스와의 심리 게임에 집중하는 관습을 벗어난 전개 등에서 스티븐 킹 특유의 개성이 더해졌다.
무뚝뚝한 형사와 미녀 조수라는 탐정소설의 틀에 박힌 인물 구성도 따르지 않고, 신경질적인 중년 여성 홀리와 똑똑한 흑인 소년 제롬이 사건에 개입하는 구조도 신선하다. 호지스의 좌충우돌을 쫓아 숨가쁘게 전개되던 소설은 마지막 장에서 강력한 반전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는 “묻지마 테러와 같은 강력한 현대 범죄에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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