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디스트에, 포악하며 권력욕에 미친 인간으로 묘사된 인물이 중국의 측천무후(624~705)다. 최고의 권세가 집안의 딸로 태어나 10대 때 후궁으로 입궁해 늙은 황제의 애첩이 되고 또 그 아들인 고종의 후궁이 된 무후. 고종이 죽자 그는 자신을 “인간 세상에 온 미륵불, 자비로운 어머니”라고 선언하고 절대권력을 차지했으며 또 3년 후에는 자신을 황제로 선언했다. 그녀는 통치기간 동안 46명의 고위 관료를 갈아치웠는데 이들 중 반은 살해되거나 의문의 자살을 했다. 예순 여섯의 나이에도 남자 후궁을 들인 것으로 기록됐으며, 문란한 성적 취향을 가진 희대의 여인으로 고사는 적고 있다.
작센주의 안나 공주(1544~1577)는 열일곱의 나이 스물여덟살의 윌리엄을 만나 첫눈에 반했다.하나에 꽂히면 물불을 안 가리는데다 자기감정만 중시 여기는 안나 공주는 윌리엄이 떠난 지 몇시간 만에 무려 세통의 러브레터를 써서 보냈다. 열정은 결혼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달콤한 신혼도 잠시, 공주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늘 술에 절어 있었고, 히스테리와 난동을 부렸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안나는 양극성 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었다. 결국 둘은 이혼했고 공주는 서른세살의 나이에 죽었다.
동화 속 공주의 삶은 “왕자님과 결혼해서 그 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난다. 그러나 실제 공주들의 삶은 어땠을까. “공주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남자를 유혹하고, 방해되는 사람이면 누구든 죽여버리곤 했습니다”라고 바꿔 써야 하지 않을까.
최근 번역·출간된 ‘무서운 공주들’은 실제 공주들 중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비범한 삶을 살았던 동서고금 공주 서른명을 다룬다. 수천명을 학살했던 키예프의 울가, 나치의 스파이로 활동했던 스테파니 폰 호엔로헤, 피부 관리를 위해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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