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성현 기자] 영화 상영관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일 영화 ‘학교반란’ 배급사 마운틴픽쳐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교반란’이 상영관 부족으로 부득이하게 개봉을 미루게 됐다”고 전했다.
마운틴픽쳐스는 “‘학교반란’은 시사회 이후 우리나라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과 권리 그리고 학교 비리에 관한 의미 있는 움직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화임에도 ‘경쟁력이 부족한 영화’라는 이유로 개봉을 코앞에 두고도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반란’ 제작진은 상영관 편파 배정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 사진=포스터 |
상영관 문제는 비단 개봉을 앞둔 영화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마돈나’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개봉 당일 전국 상영관 64개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물론 같은 날 개봉한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니스’와 ‘연평해전’의 흥행 상황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 구도가 아니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상영관 확보 문제는 다양성 영화나 작은 영화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영화 ‘소수의견’도 상영관 확보 문제에 부딪혔다. ‘소수의견’은 언론과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연평해전’ ‘극비수사’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 밀려 상영관이 줄고 있다.
‘소수의견’은 개봉 당일 전국 378개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개봉 9일 째인 지난 2일부터 상영관은 214개로 줄어들었고 그나마 9일 오전에는 231개로 조금 늘었다. 그러나 몇 개의 관은 제외하고는 모두 이른 시간이나 새벽시간대에 배치되어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다.
↑ 사진=포스터 |
상영관 문제는 영화계에 오랜 고질병이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CGV와 롯데시네마가 계열사 및 자사 영화에 적정 기준보다 많은 수의 상영관을 편성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5억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에도 변하는 일은 없었다. 올해 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이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자 ‘개훔방’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대표는 직접 SNS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그는 “극장은 관객 수요가 많으면 스크린 수는 확대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재 영화산업은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되버린 상황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닌 공급의 양이 수요를 결정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 사진=포스터 |
그러자 누리꾼들이 직접 상영관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 졌고 이례적으로 영화가 재개봉하는 기적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결국 흥행에는 실패했고 엄 대표는 “흥행 실패는 오로지 나의 무능이라는 것을 통감한다”며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상영관 편파배정 문제는 작은영화나 다양성 영화가 상영관을 잡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매년 불거지는 문제다. 그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여전히 한국 영화계 오랜 만성질환으로 남아있다.
김성현 기자 coz306@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