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와 관절통, 어지럼증 등에 효과가 좋다는 진짜 백수오는 시중에 유통된 200여개중 10개로 5%에 불과했다. 가짜 식품이 특효약으로 과장돼 판매된 셈이다. 가짜 백수오 유통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던 내츄럴엔도텍이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여서 백수오 파동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가짜 백수오 사건은 ‘독성(毒性·Toxicolog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일깨워줬다.
조명행 한국독성학회장(서울대 수의과대 교수)은 “우리 매일 먹는 음식을 비롯한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에는 몸에 이로운 물질도 있지만 해로운 독성물질도 포함돼 있다”며 “문제는 얼마나 많은 용량을 먹고, 그 용량의 지속기간이 얼마냐에 따라 몸에 약이 될 수있고, 독이 될 수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은 해열제로 먹는 의약품이지만 정량보다 10~20배 많이 먹게 되면 오히려 발열작용을 하여 위장점막이 손상된다. 아스피린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될 수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는 얘기다. 화장품의 파라벤 성분도 마찬가지다.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큰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양에 노출됐느냐가 관건이다.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보톨리늄도 많은 용량을 사용하면 독이지만 아주 적은 용량을 사용하면 주름개선에 특효약이다. 보톨리늄은 조개에도 있고, 밀폐된 통조림에도 있다. 하지만 아주 적은 미량이어서 인체에 해롭지 않다. 옛날에 약으로 썼던 수은도 많은 용량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일본 쿠마모토현에서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나마타병(수은중독)이 생길 수있다. 일본 후지야마현에서 발생한 이따이이따이병도 카드뮴중독에 의해 발생한 질환이다. 흑인들이 사용했던 화살 독은 나중에 심장약으로 개발됐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하루 4000여종의 화학물질과 접촉하며 피부나 호흡기, 점막 등을 통해 몸안으로 흡수된다. 일부 노인이나 어린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몸이 자동 정화시켜 몸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각 화학물질이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의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수돗물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 수돗물은 염소살균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의 양은 평생 마셨을 때 10만명당 2명정도가 암에 걸릴 수있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살균을 하지 않는다면, 전염병으로 인해 더 많은 목숨을 잃게 된다.
현대인은 화학물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집안에서만 머물며 원시생활을 할 수 없다. 독성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즐겨먹는 참치, 소와 돼지에도 다이옥신이 함유돼 있다. 또한 반찬거리로 자주 먹는 무우에도 발암물질인 아질산염이 들어있다. 공기중에 섞여있는 타이어분진 및 길거리 먼지, 굴뚝연기에도 고환암를 비롯한 각종 발암물질이 들어있다.
이처럼 땅과 바다 등 자연계에 생존하는 거의 모든 동식물에 유해성분이 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인간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복용량이 극히 미량이어서 몸이 대사순환에 의해 자연적으로 몸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독성학회는 자연속에 존재하는 독성을 ‘toxin(독소)’,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에 들어있는 독성을 ‘toxicant(독성물질)’이라고 분류한다.
천영진 중앙대 약학대 교수(한국독성학회 사무총장)는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주요 경로는 음식물 섭취”라며 “음식물은 대부분 위와 창자에서 소화되고 간으로 이동하는데, 간이 대부분의 독성을 제거하는 해독작용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학적 변화에 의해 독성이 더 커지기도 하지만, 해독작용이 되면 수용성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게 일반적인 화학물질의 배설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철 충북대 수의과대 생화학 및 면역학교실 교수는 “화학물질의 ‘안전하다’는 기준치는 과학적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기준치를 100% 믿고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독성 문제는 많은 용량을 오랜기간동안 먹거나 접촉해야만 유발할 수있는 부정적인 측면만 언론에 의해 부각되어 사회불안감을 조성해 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국민소득 향상과 생활수준이 좋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독성에 대한 무지가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증폭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독성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고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독성물질을 알아야 개인의 건강을 지킬 수있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지 않게 된다. 예를 들어 산업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제(solvent)는 사람들이 많이 흡입하거나 오랫동안 맨손으로 만지면 몸안의 세포가 녹아내리고 간이 망가져 사망할 수있다.
강건욱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는 “같은 물질이라도 기준에 부합하면 무해하지만, 기준에 어긋나면 유해할 수있다”며 “독성에 대한 사회적 혼란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준’의 부재에서 비롯된 만큼 독성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독성학은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독성학’으로 진화해 독성의 유해성에 대한 예측이 빨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의약품의 화학구조를 입력하면 어떠한 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독성의 해악을 알기 위해 여러 신체장기를 연구했지만 시스템 독성학으로 동시에 연구가 가능해져 인체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있게 됐다.
매일 접하는 독성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려면, 먹고 접촉하는 물질의 독성성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문가가 권고하는 적정량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의약품의 경우 기준에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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