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챔스 DNA’가 있는가 보다. 과거 유럽에서 AC 밀란이 그러했다면, 최근 아시아에서는 FC 서울이 대표적이다.
서울이 수원 삼성, 성남 FC에 이어 K리그 클래식 팀으로는 세 번째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티켓을 땄다. 누구보다 극적이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이 갈렸는데, 후반 종료 직전 서울의 16강행을 알리는 결승골이 터졌다.
어느 때보다 가시밭길이었다. 2013년(광저우 에버그란데) 및 2014년(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대회 우승팀, 그리고 J리그의 강호 가시마 앤틀러스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을 때만 해도 서울의 16강행 전망은 어두웠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아주 극적으로.
↑ FC 서울은 AFC 챔피언스리그 통합 개편 이래, 조별리그 통과 100%를 자랑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결국 서울이 16강에 오를 방도는 딱 하나, 가시마전 승리뿐이었다. 그때부터 서울의 ‘챔스 DNA’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전반 36분과 후반 6분 세트피스로 연속 골을 넣으며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34분 시바사키 가쿠에게 동점골 허용했으나 마지막 반전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 몰리나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가시마 사커 스타디움을 찾은 1만9233명의 관중을 침묵케 했다. 서울과 가시마, 웨스턴 시드니 등 3개 팀의 운명을 가른 한방이었다.
역시 ‘가시마 킬러’였다(역대 전적에서 3승 1무로 우세).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 보증수표다웠다. 아시아 클럽 대항전이 2002-03시즌 AFC 챔피언스리그로 통합 개편된 이후, 서울은 총 5번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예외 없이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실상 다들 올해는 어렵다고 했다. K리그 클래식에서 부진이 이어졌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3,4일 뒤 치른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오히려 패배를 몰랐다. K리그 클래식 초반 울산 현대, 전북 현대에게 연패를 했음에도 웨스턴 시드니와 비겼으며, 수원과 슈퍼매치 1-5 대패 이후 광저우전에서도 목표했던 승점 1점을 땄다. 이번 가시마 원정을 앞두고도 광주 FC, 성남을 상대로 잇달아 비기는 등 경기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K리그를 벗어나면 서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이 자신했던 그 ‘챔스 DNA’가 서울의 힘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오늘 경기를 통해 서울이 왜 챔스 DNA를 갖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 것 같다. 결과(승리)를 위해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을 발휘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유독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이 좋은 이유로 ‘경험’을 들었다. 매번 살아남으면서 축적된 경험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챔스 DNA가 무서운, 또 하나 이유는 조기 탈락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의 아시아 정상 도전은 5월이 아닌 늦여름까지 이어졌다. 단 한 번도 16강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과 서울이 믿는 또 하나의 ‘챔스 DNA’다.
H조 2위인 서울은 F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는다. 성남 아니면 감바 오사카다. 누가 됐든 상관없다. 누가 더 어렵거나 쉽지 않기도 하지만, 8강으로 가는 길은 오로지 서울의 힘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자신한다. 때문에 최용수 감독도 “16강 상대보다 우리가 어떻게 8강으로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강
※FC 서울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및 최종 성적
2009년 | F조 2위(3승 1무 2패) | 8강
2011년 | F조 1위(3승 2무 1패) | 8강
2013년 | E조 1위(3승 2무 1패) | 준우승
2014년 | F조 1위(3승 2무 1패) | 4강
2015년 | H조 2위(2승 3무 1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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