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실적 중간점검 해보니
특히 화학, 에너지 업종과 IT 하드웨어 업종에서 깜짝 실적을 낸 종목이 속출했다. 실적 예상치를 평균 17.40% 상회한 화학주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원재료값이 떨어졌지만 제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그중 대한유화는 1분기 실적이 예상을 가장 크게 웃돌면서 시장을 놀라게 했다. 영업이익이 당초 전망했던 294억원보다 84.95%나 높은 544억원에 달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나프타의 투입과 올레핀 가격 강세로 마진이 개선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228% 증가했다"며 "2분기 영업이익도 작년 동기보다 662%, 전분기보다 12% 늘 것으로 올려잡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화학주인 효성과 롯데케미칼도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222억원, 1780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1437억원, 1312억원)보다 각각 54.6%와 35.7%나 높았다. 정유주 S-Oil 역시 저유가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고 정제마진이 개선된 결과 32.17%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IT하드웨어 업종에서는 LG디스플레이(34.16%) OCI머티리얼즈(31.24%) 삼성전기(12.47%) 등이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반면 조선과 건설 업종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미포조선과 대림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1042억원보다 무려 74.78% 하회한 263억원에 그쳤다. 삼성물산도 추정치 1472억원보다 66.83% 저조한 488억원을 기록했으며, GS건설(-34.5%) 현대산업(-20.86%) 삼성엔지니어링(-18.70%) 등도 기대에 한참 못미쳤다.
전문가들은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긴 했지만 1분기 실적 중간 점검 결과 절반의 상장사 실적이 예상을 웃돈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12년 1분기 이후 실제 공개된 영업이익이 추정치를 뛰어넘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남아 있는 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만 기대에 부응해 선전해 준다면 올해 1분기 진정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글로벌 경기 등 거시경제 환경이 뚜렷하게 반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실적이 개선된 것은 상당 부분 지난해의 부진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작년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거친 데다 유가 하락으로 원가율이 개선되면서 일시적으로 누리는 효과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영업이익, 순이익 등 이익항목은 뚜렷하게 좋아졌지만 매출은 여전히 정체 상태"라며 "1분기 선방한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의 부실 처리에 따른 기저효과지 체질적인 변화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1분기 어닝 시즌에 수익성 지표들이 호전되자 정유·화학, 증권, 화학, 화장품, IT하드웨어 업종을 중심으로 2분기 전망치 역시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분석 대상 165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말 30조440억원에서 올해 4월 말 31조341억원까지 평균 3.3% 올랐다. 순이익 추정치도 같은 기간 23조5413억원에서 25조912억원으로 6.6% 높아졌다.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보통 한해 가이던스의 충족 여부를 보여 주는 주요한 잣대"라면서 "하반기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올해 연이은 깜짝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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