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특별한 사람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출판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독립 출판 시장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쯤에서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서 이미 책을 출간하고 있는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달로의 자살여행 저자 제공 |
‘달로의 자살여행’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독립 출판 서점 짐프리의 대표님이 덕분이다. 가장 특이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단번에 ‘달로의 자살여행’을 보여주며 “이런 건 기존 출판시장에선 낼 수 없죠”라고 말한다.
첫 페이지에 ‘달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던 분들의 소망을 실현시킨 최초의 우주여행사입니다. 이 브로셔는 패키지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달로의 자살여행 패키지는 편도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써있다. 마치 영화 브로셔를 보는 듯한 사이즈에 안에도 다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다. 티켓과 스티커, 편지 등이 담겨 있고 마치 콜라주 작품을 보는 듯하다.
강지영은 “원래 책을 내는 게 꿈이었는데 출판사에 들어가서 내는 게 쉽지가 않았다. 학생 때 책을 내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더라. 대학생이 소규모 출판을 하게 되면 종이를 지원해주고 인쇄소를 연계시켜 준다. 그 도움을 받아서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달로의 자살여행’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디자인일뿐더러 자살여행이라는 타이틀이 거부감을 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책을 왜 제작하게 되었나 물었더니 대답은 간단했다.
책의 저자는 현재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이다. 처음으로 책을 출간한 그는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지영은 “책을 만들어서 팔아본 것은 처음인데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 미대를 나와서 재료도 많이 보고 일러스트를 신경 썼지만 실제로 서점에 가보면 한글 프로그램으로만 책을 만드는 경우도 많더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독립 출판 시장은 이제 시작인 단계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는 본인의 경험에 빗대어 긍정적인 미래를 봤다. 강지영은 “독립 출판 시장이 제가 처음 책을 냈을 때보단 커졌고 앞으로도 커졌으면 한다. 처음엔 서점도 많이 없었는데 최근엔 많아졌더라. 또 제 책도 생각보다 많이 팔려서 놀랐다. 이런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져서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가능하면 계속 책을 내고 싶다”라고 밝혔다.
↑ 사진=디스라이크 제공 |
독립 잡지 ‘디스라이크’(DISLIKE)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현 시대에 반하는 이들의 생존방식을 담은 계간지다. 이를 다양한 세대가 아닌 1985년생부터 1995년까지의 진영논리와 실상 이야기를 담아냈다. 거침없는 이야기들이 오간다는 것이 장점이다.
‘디스라이크’의 유성호 편집장은 “기서 출판으로 책을 만들 수 없어서 저희끼리 잡지를 출간했다. 제가 출판하고 싶은 내용들을 담아야되는데 기성 출판은 편집자들 마음에 들어야하고 그러면서 제약이 많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세대담론을 이야기하는 ‘디스라이크’를 만들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기성세대들의 논리를 따라해봤자 현재 살고 있는 청년들의 생활엔 도움이 안 된다고 가정했다. 우리 세대가 실허하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디자인 북이 아닌 텍스트 북인 ‘디스 라이크’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독립 출판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유성호 편집장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사실 독립출판 시장이 저희는 독특한 편이다. 독립출판 시장에서 70% 이상이 디자인 북인데 활자 텍스트북을 콘텐츠로 하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 대부분이 미대생이나 영상, 사진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에겐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콘텐츠를 내놔야 하는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전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