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은 중국계가 아닌 영국계 HSBC은행을 중국 현지 위안화 보관은행으로 잇따라 지정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증권사들은 HSBC은행에 보관업무를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800억위안(약 14조원) 가운데 최대 700억위안(약 12조3000억원)이 HSBC 품에 안길 것이란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HSBC가 700억위안을 가져가면 보관수수료(연 0.05%)만 매년 60억여원씩 챙길 수 있다. 여기에 거래수수료(1건당 35달러)도 연간 수천만 원이 더해질 전망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HSBC에 크게 의존하는 것은 중국 HSBC은행의 중국 내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HSBC차이나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내 역외 위안화 투자액 총 2503억위안 가운데 40.3%인 1009억위안을 유치했다. 이는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모든 중국계 은행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알로이시우스 위 한국 HSBC 증권관리부 부대표는 "HSBC는 중국에서의 보관업무 라이선스를 2003년 취득해 현재까지 보관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지점 간 협력 아래 한국 금융사 요구사항 해결은 물론 중국 최신 시장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RQFII 한도 부여 후 국내 금융사를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국내 HSBC 측 노력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HSBC은행이 등록이나 서류 작성을 대행해주는 조건을 내걸고 국내 금융사와 중국 내 위안화 보관업무 계약을 맺어 왔다"며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도 보관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HSBC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 위안화로 투자하는 비즈니스인데도 그 기회 대부분을 HSBC에 빼앗기게 생기자 중국계 은행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와 도이치 등 다른 외국계 은행들도 입맛만 다시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한 중국계 은행 관계자는 "서울지점에 보관 비즈니스 담당자가 사실상 없을 정도로 여력이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RQFII 라이선스를 획득해 30억위안 한도를 부여받은 후 처음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미래에셋·동부·동양·NH-CA자산운용 등 다른 국내 운용사들의 투자 한도 승인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 증시 상승세로 펀드수익률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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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QFII :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MB Qualified Foreign Institutional Investors). 중국 정부가 각 나라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국본토 주식 채권 등에 위안화로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한도를 주는 제도. 한국은 2014년 7월 800억위안(약 14조원)을 부여받았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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