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가요계 에로티시즘은 제대로 흐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던지면 반색할 이도, 정색할 이도 있을 터. 예술 분야에서 시비를 가린다는 건 ‘어불성설’이지만 무분별한 노출과 섹시 콘셉트에 소비되는 수많은 걸그룹 멤버들, 그리고 이들에게 영향 받을 대중을 생각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요즘 가요계 속 에로티시즘은 어떻게 소비되는가. 관능적인 가사로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던 과거 가요계와 달리 지금은 비주얼과 성적 관계를 언급하는 직설적 가사로 농염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추세다. 문학적 표현은 적어지고 자극도는 한껏 올라갔다. 하물며 어린 여자 가수들은 대놓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춤까지 추며 인지도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가요계 에로티시즘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어떨까. 수익성에 관련된 사안이라 이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 디자인=이주영 |
가요계 한 제작관계자는 “에로티시즘 기획의 기본은 결국 ‘노래의 힘’이다. 그러나 실제 전체 수입에서 음원 수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제작자들이 이를 간과한다”며 “예를 들어 유명 걸그룹 한해 총매출 100억 원이라면 그중 음원으로 벌어들이는 건 10억 원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제작자들이 음원보다 외적인 것에 더 치중하게 되고 노출, 섹시 콘셉트를 쏟아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를 두고 창작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다른 가요관계자는 “걸그룹뿐만 아니라 힙합, 록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로티시즘을 과거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그렇다고 여기에 ‘가요계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을까”라며 “문학적인 콘텐츠가 적어진 건 사실이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트렌드이기 때문에 시비를 가리는 건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지금 가요계가 분명 에로티시즘의 문학적 메시지보다 섹슈얼한 비주얼에만 무게가 실렸지만 이를 잘못됐다고 비판할 수는 없는 터. 그럼에도 하루에도 수십 팀, 수십 곡씩 쓰레기처럼 쏟아지는 섹시 콘셉트를 자각 없이 받아들여야하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런 답답한 무게중심을 깰 순 없는 것일까.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양측 주장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로티시즘이 상업적으로 과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젊은 여성의 성적인 면을 포장하면 대중의 시선을 끌기 쉽고 인기도 올라갈 거라는 단순 도식을 일부 제작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무분별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수의 음원, 이미지 등 콘텐츠를 강조하기 위해 에로티시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너나 나나 ‘섹시’ 하나에만 집중하고 양산해내니 차별화가 있겠는가. 에로티시즘 과잉산업화가 가요계를 멍들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에로티시즘 콘텐츠는 대중의 기호와 접점에 맞아 떨어질 때 성공한다. 그러나 듣는 음악이 아닌 보는 음악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노출에만 집중한 가수들이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섹시해도 사람들이 따라부르지 않은 노래는 성공할 수 없는데 제작자들이 이를 간과해 빚어진 일”이라고 일침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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