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누구를 골라 쓸까.’
시즌 개막을 앞둔 양상문(54) LG 트윈스 감독이 빠진 행복한 고민이다. 지난해 LG와 달라진 풍경. 선수가 많아 오히려 걱정이다.
LG가 올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깊고 넓어진 선수층이다. 투수와 야수 모두 백업 자원이 넘친다. 개막 엔트리를 짜는 일 자체가 힘들 정도다.
↑ 시즌 개막을 앞두고 행복한 고민에 빠진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사진=MK스포츠 DB |
LG의 투수 엔트리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가장 큰 과제였던 선발진 구성도 남은 시범경기 선발 로테이션을 엿보면 답이 보인다. LG는 헨리 소사와 우규민, 루카스 하렐, 임정우, 임지섭 순으로 시즌 개막 전 선발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우규민은 시즌 개막 전 최대한 등판 횟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불펜투수는 든든하다. 지난해 필승 불펜진에 젊은 피가 섞였다. 김선규 최동환 전인환 김지용 등이 시범경기에서 꾸준히 호투하며 양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양 감독은 “빨리 보여줘야 되는 상황의 투수들이 페이스를 빠르게 끌어올려 오히려 효과가 더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했다.
투수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양 감독은 “투수들은 작년보다 페이스가 일주일 정도 빠르고 좋다. 봉중근도 작년 이 시기보다 구속이 2~3㎞ 더 나오고 있다”며 “현재 투수 구성을 보면 야수 쪽으로 1명 더 가도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야수 엔트리 구성을 13명으로 갈 가능성을 내비친 것. 그런데 야수는 옥석을 고르기가 더 힘들다. 양 감독은 “처음 올라온 야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백업이 많아졌다”고 웃었다. 개막전 엔트리 구성에 시간이 걸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양 감독은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의 복귀 미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여유가 있다. 양 감독은 “한나한은 원래 메이저리그에서도 늦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 무리시킬 필요가 없어서 루틴대로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런 여유 속에는 든든해진 백업 효과도 있다. 3루수 공백을 메울 정성훈의 뒤에 백창수와 김재율에 이어 양석환까지 줄을 섰다. 정성훈이 빠진 1루수는 최승준이 맡아 걱정이 없다. 외야도 타격감이 올라온 정의윤을 비롯해 김용의, 문선재, 채은성이 항시 대기 중이다
LG의 개막 엔트리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제 시즌에 맞춰 하나씩 색을 덧입히는 작업만 남았다. 무슨 색을 먼저 칠해야 할지가 문제다.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이다. 백업 자원이 부족해 끙끙 앓고 있는 조범현 KT 위즈 감독이 양 감독을 향해 “부럽습니다”라고 질투의 시선을 보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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