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반전의 KIA 타이거즈다. 걷잡을 수 없이 붕괴돼 어떻게 수리할지 난감하기까지 했건만,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라도 신은 것인지 확 바뀌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가진 9번의 연습경기에서 1번도 못 이겼다. 그런데 KBO리그 시범경기에서는 벌써 3번이나 이겼다. 경기는 딱 4번 했다. 승률 ‘제로’에서 ‘7할5푼’의 팀이 됐다. ‘변화’가 아니라 ‘변신’이다.
선수단에도 미소와 여유가 생겼다. 포커페이스마냥 표정을 감춰야 했지만 이젠 아니다. ‘싱글벙글’이다. KIA 팬도 신이 났다. ‘올해는 글렀다’며 고개를 흔들었는데, 기대감이 싹 트더니 금방 꽃으로 피었다.
KIA의 변신이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마운드다. 며칠 전만 해도 이리저리 얻어터졌다.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만날 하는 TV 프로그램을 연일 틀어주는 듯 불펜 붕괴는 하루가 다르지 않았다.
↑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윤석민은 실전 투입을 앞두고 있다. 사진(목동)=김재현 기자 |
하나둘 다 만족스럽겠지만 가장 흡족한 건 선발진이다. 사실 가장 고민이 컸던 포지션이다. 어떻게 선발 다섯 자리를 짜야 하나 고민이 한 가득이었다. 양현종은 연습경기에서 공 1개도 던지지 않고 조기 귀국했으며, 필립 험버는 타구에 맞아 오른 팔꿈치를 다쳤다. 조쉬 스틴슨, 임기준이 희망을 보였으나 확실한 믿음까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젠 아니다. 선발 자원이 넘치고 있다. 누가 나와 던지든 강렬했다. 임기준만 지난 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2실점(5이닝)을 내줬을 뿐. 이후 차례로 등판한 스틴슨(4이닝 무실점), 양현종(2이닝 무실점), 문경찬(4이닝 무실점)은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오키나와 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벌였던 임준혁도 두 차례 불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루키’ 문경찬의 등장은 ‘서프라이즈’였다. 당장 선발진에 합류할 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KIA가 손에 쥘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늘었다. 이들 외에도 임준섭, 김진우, 김병현, 서재응이 뒤에 있다.
여기에 윤석민도 선발 준비를 앞두고 있다. 예상보다 빨리 1군 선수단에 합류하더니 지난 10일 42개의 공을 던진데 이어 이틀 뒤 85개의 불펜 투구를 했다. 다양한 공을 던지며 점검을 마쳤다. 아프지도 않고 컨디션도 끌어올리고 있다.
순조롭다. 지난 6일 한국 땅을 다시 밟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시범경기 출전도 생각
너도나도 선발이 무게를 잡아주니 마운드가 탄탄해지고 있다. KIA의 가장 큰 고민이 이젠 행복해질 지경이다. 자리가 넘쳤는데 이제는 자리가 모자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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