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 드라마 ‘킬미힐미’(극본 진수완/연출 김진만, 김대진)의 지성이 제3인격 ‘페리 박’을 떠나보내며 인격 융합의 첫 단추를 끼웠다.
지난 11일 방송된 ‘킬미힐미’ 19회에서는 차도현(지성)과 오리진(황정음)은 어린 시절 잔혹했던 기억들 외에 행복했던 기억들을 찾아 조각을 맞추며 서로의 마음을 치유해나가기 시작했다.
구수한 전라도 아저씨 ‘페리 박’ 인격은 이날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리진을 찾아갔다. 그는 특유의 너스레로 시원하게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나가 나이가 젤 많은께롱 나가 솔선수범을 봬야 아그들이 내 뒤를 바짝 따라올 거이고, 그래야 도현도 인생을 쪼까 편하게 살 테고”라며 자신이 가장 먼저 떠나는 이유를 밝혔다.
리진은 이별을 안타까워하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기도 했던 페리 박에게 그동안 품었던 의문을 꺼내놓았다. 사실 페리 박은 21년 전 리진을 불 속에서 꺼내지 못했던 준표(안내상)의 죄책감이, 도현이 자신의 아버지를 투영해 만든 인격을 통해 발현됐던 것.
애써 리진의 이야기를 모른 척한 페리 박은 “우리 아그 잘 부탁허네. 내가 색시 딱 하나 믿고 이제사 훨훨 먼 여행을 떠날라네. 색시도 늘 웃고 좋은 생각만 하고 살더라고... 딱 한번 사는 인생인께...건강하소”라고 도현을 당부하는 이별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방송 말미 새로운 인격인 ‘미스터 X’가 흔적을 남기면서 도현의 ‘인격 융합’ 은 다시 난관에 부딪쳤다.‘미스터 X’ 인격의 정체는 무엇인지, 도현의 인격 융합이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오리온(박서준)은 이날 방송에서 리진에 대한 남자로서의 마음을 완전히 접기로 결심, 안방극장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도현과 둘 만의 술자리에 임한 리온은 과거 어른들이 탐욕을 부리지 않았다면 세 사람의 인연이 지금과는 다른 형태를 띠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달라졌더라면 자신이 아닌 도현이 리진과 쌍둥이로 자라고, 자신이 남자가 될 수도
그는 도현에게 “리진이를 잘 지켜주세요.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온 리온은 리진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다른 건 안 할게. 오빠만 해줄게”라고 쓴 웃음 뒤로 눈물을 삼켜 보는 이들마저 울컥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