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스텔라의 신곡 '멍청이'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 속 장면이다. 입에 담기 민망한, 문란한 여성을 아주 비하해 비유하는 '걸x레'라는 단어를 소속사 혹은 멤버들 스스로 노출한 점이 놀랍다. 솔직한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그들의 상황이 안타깝기까지 하다.
2011년 '로켓걸'로 데뷔한 스텔라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지난해 발표한 '마리오네트'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가요계 파장이 컸다. 엉덩이 반쪽이 훤히 보이는 스타킹 의상을 비롯해 가슴에 우유를 붓는 장면 등이 문제가 됐다. 상상과 해석에 따라 자극적인 노랫말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기자와 만난 스텔라 멤버들에게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스텔라 멤버들은 "'뜨려고 벗었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 앞으로 우리가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의기소침해 했다.
상처가 컸을 법도 한데 긍정적으로 마음을 추스렸다. 스텔라 멤버들은 "너무 말이 많으니까 조금 속상하긴 했지만 억울하면 끝이 없지 않나. 그만큼 우리가 무대를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선입견이 생기는 것은 두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스텔라는 ‘마스크’란 곡을 발표했지만 반응이 미지근했다. '마스크'는 사랑받기 위해 거짓된 모습을 연기하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였다. 가면에 가려진 스텔라 멤버 본인들의 자전적 이야기였다. 섹시 콘셉트가 아예 없지 않았지만 논란보다 그들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러나 결과는 씁쓸했다. 퍼포먼스나 외모 보다 음악에 힘을 쏟으니, 대중의 반응은 '마리오네트' 때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스텔라는 "오히려 좋다"며 "보여주는 것이 아닌 우리 음악을 더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자극적인 콘셉트가 아니면 눈에 띄기조차 힘든 환경이다. '마리오네트' 같은 콘셉트를 하고나서야 주목해 주시니까 전략적으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마스크'는 사랑받기 위해 가면을 썼던 우리의 실제 이야기다."
이번에 발표한 신곡 '멍청이'는 재즈힙합과 소울을 가미한 미디엄 템포 댄스곡이다. 멍청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이라고 소속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섹시미를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들이다. 스텔라는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이 아닌, 여린 소녀들의 마음을 조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라의 진심어린 마음과 대중의 정서에 간극이 느껴진다. 무서운 건 역시 편견이다. 이미 한 차례 성장통(마스크)을 겪은 그들이 얼마나 섹시 콘셉트로 덧씌워진 대중의 색안경을 벗겨내느냐가 관건이다. 스텔라는 분명 뛰어난 가창력도 갖춘 팀이다. 멤버들은 해맑고 아직 순수하다. EXID가 뒤늦게 인정받았듯 스텔라 역시 역량이 충분한 팀이다.
"휘발성에 그치는 것은 싫다. 음악적인 부분을 주목해 달라. 노출 때문에 우리를 알게 됐다면, 다음에는 우리 노래도 한 번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멍청이' 스텔라의 소박한 바람이다. 스텔라의 처절한 '몸부림'에 대한 그 정도 수고는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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