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극장에 간판을 걸기 두 달 전인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윤제균 감독은 취재진을 만났다. 일종의 사전 홍보 자리다. 윤 감독은 특수휴과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는데 티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옛 분위기가 온전히 전해지는 포스터에서 뭔가 돈이 들어간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청년 덕수와 나이 든 덕수까지 표현해야 하고, 목소리까지 노인처럼 보이게 노력을 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어디에 그 돈이 쓰였는지는 티가 안 나긴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개봉 28일 만에 1000만 관객 돌파다. 그의 노력은 인정을 받았다.
윤 감독은 이로써 ‘해운대’ 천만 돌파 기록에 이어 ‘쌍천만 감독’이 됐다. 2001년 ‘두사부일체’에 이어 2002년 ‘색즉시공’이 성공한 뒤 그는 코미디 감독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3년 ‘낭만자객’으로 패배를 맛봤지만,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돌아와 휴머니즘과 감동이 깃든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재기했다. 천만영화 ‘해운대’도 있지만, 제작자로 나선 ‘스파이’, ‘7광구’ 등은 저조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성공만 한 감독이 아니라 겸손한 미덕도 있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그가 강조한 표준계약서 얘기도 떠오를 수밖에 없다. ‘천만제작자 포럼: 천만영화를 통해 바라본 한국영화 제작의 현실과 전망’에서 윤 감독은 “수익이 한쪽으로 편향되는 문제는 고쳐졌으면 좋겠다”며 “영화가 이 일을 해도 돈을 벌고 평생 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직업군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국제시장’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고 밝힌 윤 대표는 “평생 직업으로 삼으려면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되어야 한다”며 “밤늦게 일하면 야근 수당을 주고, 1
수차례 표준 근로 계약서 문제를 얘기한 그는 최근에도 방송에 나와 이를 강조했다. 천만 관객 돌파시 막내 스태프까지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말도 했다. 영화가 극장에서 퇴장하면 정산해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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