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4일(15:59)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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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최근 팬오션 지분을 매각한 건에 대해 중징계키로 한 금융감독원의 방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금감원 징계가 최종 확정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자율협약 중인 (주)STX가 농협은행과 협의해 주식담보였던 팬오션 지분을 매각한 것을 두고 농협은행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해당 건은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판단이 보류된 상태다. 일정이 연기되면서 금감원이 무리하게 징계를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징계를 두고) “은행 본연의 채권 회수 업무를 다했을 뿐인데 당황스럽다”며 “징계가 확정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STX는 채권은행인 농협은행의 요청으로 지난해 9월 24일 이후 담보로 잡혀있던 STX팬오션 주식 4900만주, 950억원 어치를 시장에 집중적으로 매도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당시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STX팬오션이 감자될 것이란 정보를 미리 입수해 (주)STX를 조종했다고 판단했다. 한 달 후인 10월 25일 STX팬오션 회생계획안이 법원에 제출되고 감자 계획이 발표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당시 STX팬오션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이 조치 여파로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감자 정보를 미리 입수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9월 5일 법원에서 나온 STX팬오션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받아보고 감자 계획을 입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주)STX에 주식 처분을 요청한 공문을 보낸 때가 일주일 후인 9월 11일이니 의심스럽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하지만 당시 STX팬오션의 감자는 시장에서 예상된 수순이었으며, 문제의 조사보고서에는 구체적인 감자 비율이 적혀있지도 않았다. STX팬오션 주식을 매각하기 3개월 전인 6월 이미 팬오션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또 산은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감자가 예상된다는 내용이 수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었다.
농협은행은 더군다나 문제의 조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인 8월 중순부터 (주)STX와 주식담보로 잡은 STX팬오션 주식 매각을 의논하고 있었다. (주)STX에 내준 주식담보대출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 즉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담보를 보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당시 이미 감자가 예상된 상황에서 담보 보강은 은행원으로서 당연한 임무”였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부 감사에서 징계를 받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주)STX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있지만 이번 건은 (주)STX가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 후 이사회를 거쳐 의사 결정한 것이다. (주)STX도 담보를 보강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에 동의한 것. (주)STX 측 관계자는 “당시 현금 흐름이 악화된 상태라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자율협약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채권단의 기업구조조정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이 채권단 은행을 상대로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혐의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나오면 앞으로 부실 기업에는 주식담보대출 자체를 지원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은 지난 12월 중순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됐으나 현재 판단이 유보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여러가지 의견을 수집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자조위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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