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또 악랄하고 비열하게.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이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 송새벽.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덕수리 5형제’에서는 이를 적절하게 섞은 ‘묘한’ 연기를 선보였다.
송새벽은 ‘도희야’에서 무시무시한 얼굴을 드러내며 관객들을 긴장시킨 데 이어 ‘덕수리 5형제’에서는 코믹함까지 더했다. 유난히 2014년은 송새벽의 반전을 본 작품들이 많았다. 항상 반전을 주는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탓일까.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다른 역할에 대한 갈망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저의 갈망이 자연스럽게 역할에 반영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을 볼 때 캐릭터를 유심히 보는 스타일인데, 어느 순간 비슷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컨트롤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겠다고 생각했고, 다른 역할에 대한 갈망이 생기더라고요.”
그 갈망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 바로 ‘덕수리 5형제’ 속의 동수인 셈이다. 특히 조폭 같은 비주얼의 동수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무려 12kg을 찌우는 노력도 불사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이전보다 제법 통통해져 있었다.
“일부러 12~13kg을 찌웠어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다른 배우들이 다 덩치가 커서 그림이 안 나오더라고요. 더구나 동수는 조폭처럼 나와야 하는데 딱히 캐릭터가 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살을 찌우기로 하고 엄청 먹어댔어요. 살을 빼는 것만 힘든 줄 알았는데 찌우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많이 먹으니까 더부룩해서 잠도 못 잤어요.”
몸을 불리는 것보다 더 힘든 노력은 따로 있었다. 입만 열면 욕을 하는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는 캐릭터를 맡은 그는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물론, 평소에 할 수 없는 욕을 내뱉으면서 약간의 쾌감은 있었을 테지만 말이다.
“윤상현 선배가 제 역할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입만 열면 욕을 하는 캐릭터가 대체 왜 하고 싶다는 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근데 사실 속이 시원하긴 하더라고요. 평소에 욕을 하는 거랑, 작품에서 하는 거랑은 다른 맛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카메라 앞에서면 약간 제어 당하는 느낌이 있는데 그 역할을 통해 욕을 하니까 쾌감이 있었어요. 그게 부러워서 윤상현 선배가 제 역할이 하고 싶다고 한 건가?(웃음)”
극중 송새벽의 모습과 다르게 그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이날 만난 송새벽은 이전에 들었던 극히 내성적이라는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물론 영화 속의 모습처럼 격하거나, 능청스러운 면은 없지만 조근 조근 말을 이어가며 제법 웃음도 많은 그런 모습이었다.
“내성적이냐는 말은 지금 6년째 듣고 있어요. 평소엔 내성적인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죠.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제가 배우생활하고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심지어 안 믿기도 하고요.(웃음) 과거에는 한 학기가 끝나도록 50명 학생들 중 반절 이상의 이름을 모를 정도로 내성적이었죠. 근데 극단 들어가고, 작품을 하면서 성격도 바뀌더라고요.”
그의 성격이 바뀐 데에는 ‘덕수리 5형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윤상현의 덕도 조금은 있는 듯 보였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던 송새벽이 이 영화를 선택하면서 진짜 가족처럼 ‘덕수리 5형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애, 형제애 등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는 것.
“동수 캐릭터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가족에 대한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남자 배우들이 ‘멜로 한 번 찍고 싶다’고 하잖아요. 전 그게 가족 영화였던 거죠. 촬영장도 기숙사 같은 분위기였어요. 한 펜션에서 머물면서 먹고 자고, 집중된 분위기에서 촬영을 이어갔죠. 특히 윤상현 선배의 역할이 컸어요. 맏형이라 분위기 풀어주시려고 수다를 떠는 줄 알았는데 쉬지 않더라고요. 그 수다 때문에 진짜 빨리 친해졌어요. 첫 촬영부터 예전부터 알고 지낸 관계인마냥 좋더라고요. 그렇게 한결같으신 분도 없어요. 천성적으로 말씀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극단 언니 같은 느낌이에요.”
지난해 결혼해 최근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송새벽이기에 ‘가족 영화’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이해가 갔다. 남자들의 로망인 멜로 연기가 아닌, 자신만의 로망이었던 가족 영화를 내놓은 그의 올해 목표는 이뤄졌을까.
“목표 같은 건 없어요. 단 한 번도 목표를 세워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주로 연말에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한 번도 제대로 대답을 해줄 수 있었던 적이 없어요. 그저 작품 오면 열심히 하고, 작품 끝나면 바람 쐬러 놀러 가자는 식이었거든요. 내년 새해에는 한 번 목표를 생각 해봐야 할까 봐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