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한국 여성 종합격투기(MMA) 최고인기스타 송가연(20·팀원)과의 대결을 공개적으로 희망하는 일본 선수가 있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시나시 사토코(37·본명 시나시 도모코). 현재 MMA 체급은 아톰(-48kg)으로 송가연과 같다. 공식신장 158cm의 송가연이 147cm의 시나시보다는 체격적으로는 분명히 우위다.
그러나 시나시는 이제 MMA 2전 1승 1패의 송가연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여러모로 대단한 선수다. 미국 MMA계에 알려진 시나시의 별칭은 ‘PRINCESS’, 즉 공주다. 어느덧 ‘공주’라고 하기에는 많이 민망한 나이가 됐으나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이름값은 여전히 무겁다.
↑ 시나시가 오는 31일 있을 경기 관련 영상과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시나시 페이스북 공식계정 |
유도와 레슬링의 조합으로 탄생한 러시아 맨손격투기 ‘삼보’ 선수로는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48kg 동메달이라는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시나시가 단순히 단일종목에만 능한 것이 아니라 ‘그래플링’ 이해도와 조예가 깊다는 것은 특별한 전문경력이 없는 ‘레슬링’에서도 2001년 전일본선수권대회 8강이라는 성적을 낸 것으로 충분히 입증된다.
유도와 레슬링에 부족한 세밀한 그라운드 움직임을 배우려면 브라질유술(주짓수) 연마가 필수다. 시나시는 2002년 전일본브라질유술선수권 금메달로 이미 기준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이러한 시나시가 MMA 통산 34전 30승 2무 2패라는 빼어난 성적을 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데뷔 후 23전 21승 2무라는 놀라운 무패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일본에서 ‘공주’에서 ‘여왕’으로 칭호가 격상된 것도 자연스럽다.
현재 세계 여성 MMA 최고 스타는 UFC 밴텀급 챔피언 론다 라우시(27·미국)다.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70kg 동메달리스트라는 세계적인 그래플링 기량을 바탕으로 MMA 10전 전승을 달리며 타이틀 4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남성 MMA보다 ‘한방 KO’가 적은 여성 경기의 특성상 타격보다 그래플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이다. 시나시는 지금 기준으로 봐도 눈에 띄는 기본기를 갖춘 것이다.
시나시의 MMA 30승 중에 조르기나 관절 공격으로 항복을 받은 것이 23번(77%)이나 된다. 송가연은 지난 14일 다카노 사토미와의 ‘로드 FC 020’ 제4경기에서 그래플링 약점을 노출하며 1라운드 4분 28초 만에 ‘역삼각 기무라(Inverted Triangle Kimura)’ 기술에 걸려 기권패 했다.
3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와 출산 및 육아를 이유로 2008년 10월 23일을 끝으로 지난 10월 26일 복귀전 승리까지 2195일이나 공백기가 있었다는 것이 시나시의 약점으로 지적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래플링은 수련기간의 많고 적음이 기량 차에 끼치는 영향이 타격보다 크다.
송가연이 속한 ‘팀원’의 수장 서두원(33)은 18일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송가연의 MMA 그래플링은 이제 정식수련 1년 차”라고 설명했다. 물론 11cm의 신장 우위를 앞세운 송가연의 타격이 불을 뿜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는 그래플링의 현격한 경험차에 농락당하는 그림을 상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서두원은 프로 첫 패배를 당한 송가연에 대해 “이제 2전 선수다. 첫 패배에 경황이 있겠는가? 지고 나서 코치진이 뭐라고 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지금 송가연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봐도 버거운 시나시와의 대결이 아닌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재기전이다.
↑ 송가연이 결의에 찬 모습으로 ‘로드 FC 020’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올림픽홀)=천정환 기자 |
[dogma0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