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우회·편법 인수 가능성에 대주주 승인을 주저했던 펀드 구조상 문제가 해소돼 KRR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와 KKR는 지난 주말 한토신 경영권 인수를 위해 아이스텀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2대주주 지분 31.4%를 공동 인수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 가치로는 지난 26일 한토신 시가총액 9000억원(주가 3565원) 기준으로 약 28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KKR가 애초 올 8월 아이스텀 측과 맺은 주당 1630원씩 총 약 1300억원 규모 계약 조건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IB 업계에서는 관측한다.
현재 한토신 최대주주는 MK전자로 자회사 MK인베스트먼트(3.49%)와 이 회사가 출자한 사모펀드 리딩밸류1호유한회사(34.08%) 등을 통해 지분 37.57%를 들고 있다.
2대주주 아이스텀은 지분 31.42%를 갖고 있지만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보유한 상태다. 다만 내년 2월 주총에서 임기 만료 이사들이 새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보고펀드와 KKR는 한토신 지분 인수를 위해 구성하는 펀드 자금 중 약 50%를 각각 마련하고 의결권도 동등하게 갖는 조건이다.
특히 보고펀드는 기존 KKR 측이 구성한 PEF 공동 운용사(GP)인 프론티어인베스트, 한화인베스트먼트와 함께 펀드 공동 GP로 참여해 이사 선임 등에 있어 50% 정도 권리를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M&A에 참여할 투자자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펀드는 금융당국에도 이 같은 상황 변화를 전달하고 대주주 변경 승인 가능성 등을 타진했다.
이에 앞서 KKR는 신생 PEF 운용사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를 앞세워 한토신을 우회·편법 인수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애초 한토신 2대주주인 아이스텀파트너스 측에서 지분을 넘겨 받기로 한 곳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KKR였다.
하지만 막상 지난 4월 한토신 지분 31.4%를 인수하기로 계약 체결한 주체는 프론티어인베스트가 설립한 사모펀드 파이어니어였다. 이 펀드에는 외국에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3곳과 세종저축은행 컨소시엄 등 등 투자자(LP) 4곳이 참여했다. 문제는 SPC 3곳 자금줄이 KKR로 파악됐고, 지분율은 각각 30%를 조금 밑도는 수준으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합치면 90%에 달하는 지분으로 사실상 KKR가 한토신 인수 주도 세력이란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특히 이 같은 복잡한 구조를 내세운 것이 금융회사 인수 시 금융당국이 펀드운용사와 펀드 지분 30% 이상 투자자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끌게 됐다. 심사를 맡은 금융위로서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보고펀드와 KKR 간 이번 합의로 일단 펀드 인수 구조상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만큼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애초 문제가 된 KKR 측 변칙·우회 인수에 대한 부분이 펀드 구조 변경으로 어느 정도 해소 된다면 금융위의 대주주 심사에도 진척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7월 사상 초유의 LG실트론 인수금융 부도 사태 이후 고심하던 보고펀드로서는 이번 한토신 인수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번 보고펀드와 KKR 간 합의는 보고펀드 측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펀드는 LG실트론 사태 이후 회사를 이재우 대표 중심인 1호 펀드와 박병무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2호 펀드로 사실상 분리해 운영 중인데 이번 한토신 투자건은 부동산·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이재우 대표 측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두순 기자 /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