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회사원들은 직장을 전쟁터 혹은 정글이라 말한다.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공간이라는 뜻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CJ E&M이 만든 ‘미생’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갑’이었다가도 순식간에 ‘을’이 되기도 하고, 내 의도와 다른 판단을 상사의 지시로 이행하며, 부하직원까지도 가차 없이 희생시켜야 하는 처절한 전쟁터(직장)의 이야기를 ‘나’ 대신 방송이 해주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털어놔 봐야 ‘넋두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을 이야기를 방송이 진정성 담아 전달해 주며, ‘나’의 처지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속칭 ‘미생 효과’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서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가족들도 밤늦게 술 마시고 들어오는 가장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있다는 말들이 속속 들려온다.
드라마에서 ‘미생’이 있다면 뮤지컬에서는 ‘정글 라이프’가 또다른 모습의 전쟁터(직장)를 그리고 있다.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정글 라이프’는 ‘미생’보다 더 잔인한 직장을 그린다.
‘미생’이 웃음과 따뜻함을 곁들여 직장인의 애환을 그렸다면, ‘정글 라이프’는 뮤지컬 제목처럼 정글의 삶을 다뤘다. 다른 이들을 모략하고 이용하고, 적과 때론 손잡고 하는 모습은 공감되면서도 서글프기까지 하다. 직장 상사가 “정답은 정해져 있어. 넌 시키는 대로만 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예스맨’(Yes Man)으로 변한 현대의 직장인을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브라운관 속 ‘미생’이나 뮤지컬 무대 위 ‘정글 라이프’를 보고 분노하든, 위로를 받든 결국 1800만 명의 직장인들은 여전히 전쟁터 같은 직장
승객의 안전문제와 상관없이,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는 조현아 부사장 말 한마디에 비행기에서 쫓겨나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12시간을 기다렸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대한항공 사무장처럼 말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 / 페이스북 facebook.com/you.neocro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