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 현대차 살 땐 ‘무용지물’ 되나

자동차제조업계와 여신업계가 지난 4월부터 지지부진 끌어온 이슈인 ‘복합할부금융’ 논란이 다시 불붙였다. 자동차제조업계는 그동안 이 상품의 수수료율이 과도해 낮춰야한다는 주장을 펼쳐왔고, 여신업계측은 제조업계가 계열사 몰아주기를 한다며 반발해왔다.
이번 논란은 현대자동차가 카드업계 중 가맹점 계약 갱신이 가장 먼저 도래한 KB국민카드에 현재 1.85%인 수수료율을 0.7%로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다시 점화됐다. 계약 기간 만료일인 31일 현재 KB국민카드는 1.75% 이하로는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두 차례 KB국민카드에 협상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대로라면 KB국민카드의 가맹점 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KB국민카드 사용자는 이번 논란의 쟁점인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포함해 현대차관련 결제를 할 수 없게 된다.

양쪽 업계의 의견이 이처럼 팽팽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복합할부금융’의 존폐 여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차와의 가맹점 계약 만료일은 KB카드가 10월말, 신한카드가 내년 2월, 신한카드,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3월이다. 모두 복합할부 비중이 큰 대형카드사다.
만약 이번에 KB국민카드가 현대차 협상안을 받아들이고 가맹점 계약 갱신을 하게 된다면, 나머지 카드사들도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복합 상품을 두고 현대차와 카드업계는 여신금융법(여전법) 위반 여부를 놓고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현대차에서 요청한 수수료율 0.7%가 여전법 위반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여전법 18조 3항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책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여전법 위반사항이다.
현대차측은 이 상품이 일반 신용판매 거래와는 다르게 고객이 신용카드로 자동차대금을 결제하면 자동차사가 이틀 후에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카드사는 할부금융사로부터 바로 다음 날 전액을 수취하는 구조여서 단 하루 동안만 자금조달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수료율 인하 여지가 큰 ‘비정상거래’라는 주장이다.
실제 금감원도 여신업계에 보낸 지도공문을 통해 “복합할부금융은 ‘할부금융’이 아닌 ‘대출상품’으로 계리한다”며 “동일한 조건(대출기간 등)임에도 금리를 차등화한 복합 할부상품을 함께 출시해 운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등 저촉 소지가 있으므로 취급 중단”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KB국민카드의 현대차에 대한 가맹점 매출은 4000억원 수준이며, 이 중 복합할부 매출은 720억원 정도다.
현대차의 바람대로 KB국민카드가 협상 테이블에 나올지 여부는 미지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 불편함이 없게끔 오늘도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현대차측은 “수수료율 협상이 잘된다면 절감되는 부분은 현대차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비용으로 활용한다거나 상품 개발에 투자하는 쪽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부분까지는 정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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