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겪었던 삶의 한 단편이다. “내가 열심히 하면 회사도 좋고, 나도 좋다”는 생각으로 일했건만, 급작스럽게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 여성들의 투쟁 이야기를 극화했다.
과거 실제 있었던 투쟁 이야기가 모티브이긴 하지만, 그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경험하고 봐왔던 노동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들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직업만 대형할인점 직원일 뿐, 어디에나 대입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비정규직, 흔히 말하는 아르바이트 혹은 인턴으로 일을 하며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잘못을 뉘우쳐야 하고 사과하는 등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했을 때가 떠오르기도 한다. ‘카트’는 그 분노의 지점을 잘 이끌어낸다. 관객이 감정이입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말이다.
영화는 두 아이의 엄마 선희(염정아), 싱글맘 혜미(문정희), 청소노동자 순례(김영애) 등 여성 비정규직들간 끈끈한 동료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한다.
노조가 무엇인지, 해고통보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제에 직면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가 볼거리다. 이들이 힘없는 개인이 아니라, 주장과 요구조건을 말할 수 있는 단체협약이 가능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전개 방식은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나와 내 동생, 형, 누나, 엄마, 아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노동자라고 무조건 당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부지영 감독이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이기도 하다. 과거보다 노동 현장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여전한 착취 현장에 대해 고발 아닌 고발의 칼날을 뽑은 셈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 감독은 극중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요한 인물로 나오는 그룹 엑소의 디오(도경수)를 통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선희의 사춘기 아들 태영(도경수)은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 수학여행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엄마와 똑같은 고충을 겪는다.
편의점 지점장에게 임금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얻어맞아 얼굴에 상처 가득한 아들을 본 엄마는 어리다고 얕잡아본 사장에게 쌓였던 말을 쏟아붓는다. 지점장에게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모든 업주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을 시켰으면 응당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최저임금을 지켜야 한다고. 또 마음대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비정규직 노동 문제라는 쉽지 않은 소재와 주제를 담은 ‘카트’가 폭발력이 얼마나 강할지는 미지수다. 한쪽 입장만 강조되는 선동적인 내용이라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비정규직 마트 직원들의 외침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감동과 여운을 깊이 느끼지 못하는 이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는 2014년을 사는 현재, 과연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인턴들(또는 정규직까지)에게 알게 모르게 부당한 처우를 겪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일들,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일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한국이라서 더 그렇다. 104분. 12세 관람가. 11월13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