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과 투자수요 감소로 인해 위축됐던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기준금리 2%의 사상 초유 저금리 국면을 맞아 기업 입장에서 어느 때보다도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단기 부채를 갚는 방식으로 이자비용 감소와 재무개선 효과를 누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일반 회사채 신규발행 금액은 3조1990억원으로 3주 만에 지난달 월간 발행 규모(3조174억원)를 넘어섰다. 이번주에도 1조4400억원가량 신규 발행이 예정돼 월간 총발행 규모는 약 4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10월 회사채 발행액 가운데 5년물 이상 장기채 비중이 51.6%로 전월 36.1%보다 크게 늘었다. 이는 최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2%로 내려가면서 회사채 조달금리가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만기 1년이나 3년의 단기 회사채는 물론 만기 5년 이상 장기채 금리도 3% 미만으로 내려갔다. 기업들로서는 기존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서 단기로 발행했던 회사채를 저금리 장기회사채로 전환하면서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2일 창사 이래 가장 낮은 금리(5년물 2.569%)로 회사채 발행을 확정한 SK텔레콤은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몰리자 발행 금액을 당초 계획한 4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1000억원 늘렸다.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은 다음달 13일 만기 도래하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외화표시 채권을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다. 다음달 만기 회사채의 발행금리는 5%에 달해 이자로만 매년 약 100억원을 지출했지만, 이번에 저금리 회사채로 차환하면 연간 50억원 가까운 이자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영업활동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매입채무(외상매입 후 결제할 돈)나 금융권 단기차입금 등도 장기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두 달 동안 회사채를 발행한 62개 기업의 자금 사용목적은 48%가 차환, 41%가 운영자금으로 나타났다. 시설투자에 활용되는 자금은 발행액의 4%에 불과했다. 운영자금 역시 실제로는 대부분 기존 부채를 갚는 데 쓰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금융당국에 발행 목적을 신고할 때 CP 등 단기 부채를 상환하거나 매입채무 결제도 운영자금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 10월 이후 회사채 시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대림코퍼레이션은 올해 6월 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 추가로 500억원 규모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다. 조달 자금은 전액 거래처 결제대금으로 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이라면 단기 어음을 발행하지만 최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돼 회사채 발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서는 저금리의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놓을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더 높은 장기 채권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어 장기 회사채 발행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기
[최재원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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