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지난 9일 종영한 tvN 목요드라마 ‘잉여공주’에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소 대리를 연기한 배우 한소영의 인상은 꽤나 날카롭고 도도하다. 그런 얼굴로 다크써클이 눈 한참 아래까지 내려오는 분장을 하며 코믹함으로 무장한 김민교와 러브라인을 이루니 눈길이 갈 수 밖에. 게다가 그와의 키스신까지 능청스럽게 소화한 한소영은 ‘잉여공주’로 많은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한소영은 당찬 말투와 눈빛 때문에 ‘단답형’이 예상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자마자 “낯 안 가리는 성격”이라고 ‘커밍아웃’한 한소영은 특유의 솔직함으로 ‘잉여공주’ 촬영장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눈알 연기’로 유명한 김민교와 커플이 되는 마지막 회에서 선보인 강렬한 키스신은 사실 자신이 리드했다는 깜짝 고백도 함께 말이다.
↑ 디자인=이주영 |
한소영은 김민교와의 키스신이 화제가 될 줄 몰랐다고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예상치 못한 ‘잉여공주’의 조기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김민교와 알콩달콩한 연애가 시작되는 10회에 끝맺게 된 탓에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준비한 것이 정말 많았음에도, 이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웃기는 것에 욕심 있는 사람이에요.(웃음)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을 못 보는 성격이죠. 뭘 얘기해도 극적으로 말해주는 게 있거든요. 민교 오빠도 저의 그런 성격을 알아서 ‘내가 대사 애드리브를 담당할 테니까, 네가 상황 애드리브를 담당해’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민교 오빠가 저보다 작은 것에서 비롯된 자기 비하 개그라든지, 재밌는 상황들을 서로 경쟁적으로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짜고 있었죠. 그런데 아쉽게도 10회로 마무리가 되는 바람에 보여주지 못했어요. 저희는 정말 ‘애드리브 커플’이어서 보여줄 게 많았는데. 그래도 그저 ‘쪽’하는 장면으로만 처리된 키스신을 그렇게 재밌게 살려서 기분 좋아요. 그 키스신이 100% 애드리브라고 하면 믿으시겠어요?(웃음)”
개그 욕심이라는 말은 한소영의 도도한 인상과는 매우 상반되는 단어였다. 이에 그는 “사람들이 저를 깐깐하면서도 기가 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전혀 안 그렇다”며 사람들 앞에서는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지는 않을까. 한소영은 이에 “전혀”라고 대답했다. 이유가 재밌었다. 99%의 사람들이 자신의 인상을 보고 오해하기 때문이란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차갑고 깐깐하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아예 상처가 안 돼요. 그냥 ‘내가 정말 그렇게 생겼나보다. 어쩔 수 없구나’하고 체념하고 있었다고 해야할까요. 원래도 잘 넘기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악플에도 상처 잘 안 받아요. 이 사람들이 악플을 다는 건 어쨌든 나란 사람을 알기 때문에 다는 거잖아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말에 공감하는 편이에요. 모든 상황에서 최대한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너무 긍정적이어서 탈이라니까요.”
↑ 사진=김재현 기자 |
“물론 여자라서 예쁜 모습을 보이고는 싶죠. 하지만 그런 건 화장품 CF에서나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 ‘예쁨’의 기준이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시청자들은 머리를 밀어도 연기를 잘 하면 멋있고 예쁘다고 생각해주시거든요. 저만 해도 그래요,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김정은 선배님이 머리를 밀고 나오셨잖아요. 그 캐릭터를 보고 ‘이상하다’가 아니라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생각 밖에 안 났어요. 배우로서 ‘예쁘다’는 칭찬을 듣기 위해서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걸 늘 실감하죠.”
늘 쾌활하면서도 연기에 대해서는 진지함을 가진 한소영은 ‘잉여공주’를 찍기 전 1년간의 공백 기간을 가졌다. 그는 계획된 공백이 아니었다며, 자신이 잊혀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을 드러냈다. 덧붙여 한소영은 ‘잉여공주’에 남다른 애착이 있는 것도 바로 이 슬럼프를 깨준 고마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능프로그램인 ‘싱글즈2’를 찍은 후 계속 활동을 했었다면 좋았을 텐데 1년을 쉬게 됐어요. 음반을 준비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쉬게 된 거죠. (작품을)할 때 계속 했어야 했는데, 제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올려놓은 상태도 아닌 중에 1년을 쉬게 되니 한소영이라는 사람은 아예 없는 사람이 됐더라고요. 그 중 유일하게 저를 기억해준 사람이 ‘잉여공주’의 백승룡 감독님이에요. 제 초기 작품까지 찾아보시면서 캐스팅 제의를 해주신 감독님을 보고 ‘모두가 잊었을 때 나를 알아봐준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 하자’는 각오가 생겼죠. 이런 일들 때문에 저는 조금이라도 시청률에 일조하고 싶었고, 제 역할 안에서 최대한 재밌는 장면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조기종영이) 더욱 아쉬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특별했던 ‘잉여공주’가 끝나고 다음 행보는 역시 연기다. 차기작을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한소영에 혹시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지 조심스레 물었다. 그의 당차고 솔직한 매력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꽤나 어울렸기 때문이다. 한소영은 역시나 “예능 욕심, 정말 많아요.”라고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저는 개그 욕심도 많은데 뷰티에 대한 관심도 정말 많아요. 핸드메이드에 관한 것도 관심 많고요. 집에서는 뜨개질도 하고, 곡물 같은 걸 직접 사다가 갈아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기도 해요. ‘인간의 조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정말 잘 할 자신 있는데, 아직 예능프로그램 PD님들이 그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저는 내숭도 없고, 솔직해서 모든 걸 내려놓을 자신이 있답니다.”
↑ 사진=김재현 기자 |
“저는 작품 결정할 때에도 남 눈치 안 봐요. 제 마음에 들면 그냥 ‘고’에요. 성격이 직선적인 편인데 살다보니 그게 편하더라고요. 이런 성격이 리얼리티 프로그램하기에는 딱 좋은 성격이라고 주변에서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제가 봤을 때에는 욕도 많이 먹을 스타일이에요. 예능하면 ‘모 아니면 도’랄까요? 이런 제 모습에 욕하실 분들과 솔직해서 좋다고 좋아해주실 분들이 극과 극으로 나뉠 스타일이죠.”
인터뷰 내내 가식 없는 대답과 유쾌함을 보였던 한소영은 지난 1년간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주어진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남겼다. “원래 제게 중간은 없어요”라며 웃는 한소영은 다음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들어오는 캐릭터들이 워낙 독특한 것들이 많았어요. 감독님들이 제게 작품을 제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