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7일 추락사고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광장 환풍구 붕괴 사고와 관련해 환풍구가 부실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추락사고는 직사각형 형태인 환풍구를 세로로 지탱하고 있는 2개의 부재(받침대) 중 좌측 부재가 꺾이고, 이와 맞닿아 있던 가로 부재 용접부(좌측 1/3 지점)가 끊어지면서 붕괴돼 발생했다"며 "전체적인 감정결과 용접불량, 앵커볼트 미고정 등 부실하게 시공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환풍구는 세로 부재(3.7m) 2개 위를 가로(6.1m) 부재 1개가 지나는 직사각형 형태로, 덮개 13개가 그 위에 얹혀져 있는 구조로 시공됐다.
부재는 콘크리트 구조물 벽면에 마치 창살처럼 고정돼 있고, 콘크리트 위쪽 직사각형 테두리로는 철제 L자형 테두리받침대(앵커)가 결합돼 있어 덮개를 지탱하도록 돼 있다.
가장 많은 하중을 받는 지점은 받침대인 부재 3개의 접합부, 부재와 콘크리트 구조물 연결부, 콘크리트 구조물과 철제 L자형 테두리받침대 연결부 등으로 볼 수 있다.
부재의 경우 3개 중 세로 2개는 일체형 강관으로 시공됐지만 가로 부재는 짧은 강관 3개를 용접으로 이어붙인 형태였다. 이로 인해 가로 부재는 좌측 1/3 지점 용접부가 아예 떨어져 나갔고, 좌측 세로 부재는 휘어져 꺾이면서 덮개 9개가 붕괴돼 4개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부재 3개가 맞닿는 부분도 대강 용접돼 고정된 상태였다.
경찰은 일체형 강관을 쓰지 않고, 짧은 관을 용접해 이어붙인 것이 규정에 어긋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설계분야를 수사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또 전체 환풍구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둘러싸 덮개를 지탱해야 하는 L자형 테두리받침대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고정하면 덮개를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이격이 생겨 또 다른 L자형 소형 앵글(일명 하스너)로 괴어져 있었다. 이로 인해 콘크리트 구조물과 테두리받침대 사이를 결합하는 볼트너트 결합부 40곳 중 11곳은 대강 용접된 채 마무리됐고, 이 중 2곳은 아예 너트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우측편 테두리받침대와 콘크리트구조물을 먼저 결합하니 왼쪽으로 갈수록 이격이 생겨 받침대와 덮개 사이 공간이 생겼다"며 "볼트와 너트 위치가 맞지 않는 곳은 용접으로 대강 마무리한 흔적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볼트와 너트는 정상 결합되진 않았지만 테두리받침대가 콘크리트 구조물에 제대로 결합된 우측 1/3 지점은 사고 후에도 부재나 덮개가 원형을 유지했다.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L자형 테두리받침대가 제대로 결합만 됐다면 더욱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정결과를 바탕으로 시공·감리사 관계자들의 위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이번 감정은 시뮬레이션 실험결과가 반영되지 않은 1차 중간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1일 실시한 하중실험 결과도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와 함께 추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된 공연 관계자 중 5~6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공 관계자들에 대해선 보강
현재 경찰에 출금조치된 관련자는 11명이다.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철제 덮개가 붕괴돼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시민 27명이 18.9m 아래로 추락,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매경닷컴 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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