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설명하면 DB(Defined Benefit)형은 과거부터 보통 알고 있는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일정 기간 회사에 근무한 후 퇴직 당시 평균 임금 몇 배를 받고 퇴직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 내가 받는 퇴직금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얼핏 위험(risk)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과거와 같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꼭 위험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DC(Defined Contribution)형은 회사가 일정 금액을 퇴직금 형식으로 적립해주고 직원은 그 적립금을 가지고 투자를 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가입하게 되면 퇴직금은 회사가 아닌 본인 책임이 된다. 투자를 잘했느냐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 DB형을 택하고 있고, DC형을 선택하더라도 원리금 보장형으로 투자한다는 사실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기존 퇴직금 제도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인 노후 준비를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행동이다. 본인 노후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퇴직연금 제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어느 것이 더 나은 제도라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나이와 근무 가능 기간, 직책도 고려 사항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대비 수익이다. 여기서 리스크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자산인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대비 가장 훌륭한 투자 수단이다.
반대로 원금 보장형인 소극적인 투자가 단기적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자산이다. 자본이 일을 하지 않고 잠을 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직할 날이 많이 남은 직원이라면 실적배당형 DC형으로 가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높기 때문이다. 투자도 주식 비중을 최대로 높이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나는 한국 주식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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