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지식포럼 '김정은 시대의 북한' 섹션에서는 레온 시갈 미국 사회과학연구소 동북아협력안보프로젝트 디렉터,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초빙연구원, 션 딩리 푸단대 교수가 토론을 가졌다. 좌장은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이들은 김정은이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노력을 진행 중인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핵개발과 병행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목했다. 경제 발전에는 투자, 특히 다른 나라의 투자가 필요한데 핵개발 프로그램이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인혼 연구원은 "핵무기 프로그램과 경제 발전을 함께 추구하겠다는 전략은 상호 배타적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며 "인천 아시안게임 중 고위층이 예상치 못하게 방문한 뒤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일관성 측면에서도 낮은 점수를 주겠다"고 말했다.
딩리 교수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타국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은 핵실험을 하진 않지만 제조역량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같은 방법이 있는데 왜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보에 대해 확정적인 평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제기됐다.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등 이전 지도자보다 �?고 북한 정권을 잡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트 연구원은 "김정은은 지금 지도자가 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접근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 "핵이냐 경제 성장이냐 둘 중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지만 여전히 병행하는 정책을 고수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때보다 관련 국가들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패널들은 밝혔다.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에 앉히는 것과 함께 미국, 중국 등 각국별 접촉도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인혼 연구원은 " 현재 북한이 보여주는 국제 기조는 각국을 설득해 관계를 개선하려 하는 움직임"이라며 "미국이 실험적인 양자간 논의 등을 통해 6자회담의 재개를 타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딩리 교수는 "오바마 정권과 북한 정권과 이해당사자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과거 인도, 파키스탄에 제안한 것처럼 포괄적인 핵무기 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해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널들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을 상대해본 결과 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북한은 항상 미래를 바라보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구축 프로세스는 모든 것을 해결하긴 어렵다. 신뢰 구축이란 것은 때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북한이 의도한대로 휘두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
시갈 디렉터는 "북한이 붕괴될 것이다,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다, 고위 공직자가 탈북했다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과 제대로 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 / 사진 =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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