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면서 주가 저평가의 기준점인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론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잣대로 봐도 현재 코스피 1920선은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수준은 청산가치보다 낮기 때문이다.
13일 코스피가 1920 중반까지 내려오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 증시가 명백히 저평가됐다는 데 의견이 수렴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이익 하향세가 뚜렷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기업들이 적자가 아닌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사한 수준까지 가격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극단적으로 내년 이익이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의 PBR 1배가 1920"이라며 "현 지수대에서 더 떨어지더라도 매도에 동참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경고했다.
현재 12개월 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국내 기업 청산가치와 주가가치가 같아지는 '12개월 예상(forward) PBR' 1배는 약 2020이다. 코스피 1920이 PBR 0.95배라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양적 완화 종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신흥국 증시가 충격에 휩싸였던 '버냉키 쇼크' 당시와 비슷한 가격대다.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0.87배에 근접하는데 한국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지나치게 할인됐다는 의견이 많다.
최대한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해 미래가 아닌 현재 장부가치를 기준으로 '현재(trailing) PBR' 1배를 산출해도 코스피는 바닥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업 이익 증가가 불투명해지고 이익 전망치가 번번이 빗나가면서 예상 PBR의 대안 지표로 제시된 것이 바로 현재 PBR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한 번도 깨진 적 없다는 현재 PBR 1배도 그리 머지않았다. 1880~1900 부근으로 1920과 크게 차이가 없다. 낙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든 그렇지 않든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이제는 PBR 1배 수준을 하회해도 사람들이 싸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투자주체들이 동의하지 않는데 PBR를 과거처럼 저평가를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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