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먼 길 돌고 돌아 개봉했지만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영화 ‘미조’가 세 차례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어렵게 10월2일 극장 개봉에 성공했지만, 관객들의 무관심 속에 길을 잃었다.

‘미조’는 자신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자마자 저주의 굴레에 빠진 한 소녀의 복수극을 담았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삼거리 무스탕 소녀의 최후’ 등 과감한 실험정신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관객을 만났던 영화감독 남기웅의 작품이다.

예정대로라면 ‘미조’는 5월22일 개봉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개봉을 6일 전인, 5월16일 남기웅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때문에 극장에서 개봉할 ‘미조’는 많은 부분이 편집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포스터

‘미조’ 제작사도 “국내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편집 후 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최대한 장면을 적게 수정하는 선에서 편집을 생각하고 있다. 5월이 아닌 6월 달 쯤 개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미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문제됐던 부분은 국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이 불투명했던 반면, 10월과 11월 중 도쿄, 오사카에 위치한 예술전용극장을 중심으로 개봉을 확정지었다. 외국에서는 아무런 지적 없이 오리지널 무삭제판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셈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에도 ‘미조’ 측은 국내 관객을 만나기 위해 영등위부터 지적받은 장면을 블러 처리해 재심의 등급분류 신청을 접수했다. 7월3일 개봉을 기다리기만 한 상황, 그러나 다시 한 번 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고, 당시 결국 국내 극장 개봉을 포기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일본에서만 개봉을 예고했던 ‘미조’가 초반본과는 다소 수정된 수정본으로 10월2일 관객을 만났다.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았지만 ‘난도질’ 당한 채 개봉된 것이다.

↑ 사진=스틸

또한 어렵게 개봉했지만 적은 상영관 수(전국 4개관)와 상영 극장의 제한으로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 예정된 개봉 일에 개봉했다면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호응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관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시간도 흐르고 초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극이 전개되기에 ‘미조’ 측의 초반 열정을 앗아간 셈이다. 거기에 애매하고 불확실한 등급 기준으로 또 다시 상처받는 영화가 탄생해 감독과 배우, 관객들의 ‘소통의 장’을 감소시켰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