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25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벤처캐피탈(VC) 조합 출자자(LP) 지분을 전문으로 사고파는 700억원 규모의 펀드가 곧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막힌 투자금 회수를 원활하게 만드는 채널이 하나 더 열리는 셈이다. VC업계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펀드가 조성되면서'창업→투자→회수'로 이어지는 벤처 생태계 선순환 정착에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총 700억원 규모로 결성되는 국내 최초 'LP 지분 유동화 전용 세컨더리펀드'가 내주중 투자조합 결성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운용사인 케이투인베스트먼트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로 부터 출자 받은 280억원을 종잣돈으로 과학기술인공제회, 증권금융, KT캐피탈, 신한캐피탈 등으로 부터 나머지 자금을 모았다.
VC들이 투자한 일종의 '중고' 지분을 거래하는 세컨더리펀드는 펀드의 투자기업들을 사고파는 일반적 형태의 펀드와 펀드 출자자 지분을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사고파는 출자자(LP) 지분 유동화 펀드로 나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전자 형태만 선보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LP지분 유동화 펀드가 결성 되는 것이다. 반면 LP 지분 거래가 보편화된 미국의 경우 한국과 반대로 LP 지분 유통시장이 전체 세컨더리펀드 시장의 90% 차지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무엇보다 LP 지분 유동화 전용펀드가 등장한 건 벤처 투자금 회수 활성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현재 벤처 투자 자금 회수 수단은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등에 편중된 상태다. 자칫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시장에 돈이 돌지 않아 장기간 묶이게 되고 결국 VC 시장 고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LP 지분 유동화 펀드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할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출자자가 펀드 만기때 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중도 회수가 수월해졌다"며 "예를들어 목표 투자 수익률을 달성한 투자가들은 자유롭게 출자 지분을 주식 블록세일을 하듯이 사고 팔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출자자 지분을 사고파는 전문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했지만 시장 투명성과 신뢰가 과거 보다 개선되면서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VC업계 업력이 쌓이고 시장 규모도 확대되면서 거래 자산으로서 VC 지분이 갖는 가치를 어느정도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이 조기 정착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거래될 VC 지분 가치를 적절히 평가할 표준화된 분석툴을 마련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시장 거래자간 신뢰 구축과 정보공개 확대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은 급한대로 해외 사례와 선진 시스템을 벤치마킹하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펀드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VC 펀드 뿐 아니라 비슷한 니즈가 많은 사모투자펀드(PEF)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