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1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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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되지만 정작 기업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 관련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천명하는 등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가계로 흘러들어가도록 배당을 적극 독려한 정부 처지에선 머쓱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기업 이익이 개선 추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배당정책 변화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방문옥 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중간배당은 8월 이후에도 실시할 수 있지만 전례가 거의 없다"면서 "작년 중간배당을 많이 실시했던 일부 기업들이 아예 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배당금 총액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주당 1050원, 총 784억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한 코웨이만해도 올해 실적에 대한 배당을 아직까지 실시하지 않았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회사가 대개 배당이 잦고 규모가 크다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실제 코웨이는 작년 분기배당에 이어 결산배당에서도 주당 1660원, 총 1236억원의 배당을 실시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코웨이의 최대주주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다.
코웨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작년 분기 배당은 회사 경영권이 웅진그룹에서 사모펀드로 넘어간 직후 실시된 것"이라며 "회사 경영권 매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분기배당이 실시됐던 것으로 올해는 결산배당 외에 배당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이자 가장 많은 사내유보금(158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중간배당금 역시 예년과 다를 바 없는 주당 500원에 그쳤다.
올들어 배당금 증액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배당금은 되레 감소한 것을 두고, 사내유보금 활용을 놓고 기업과 정부·투자자 사이에 입장차가 얼마나 큰지 알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초부터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수익률이 세계 증시 중 최저수준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침체된 한국증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취임 직후 기업들의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쟁점화하며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서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만 있으니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논리였다.
채준 서울대 교수(경영학과)는 "더이상 정부의 일방통행식 지침이 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선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배당금을 풀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변화의 조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적 관련 배당을 실시한 상장사는 총 34개사로 작년 대비 8개사가 늘었다. 중간배당에 소극적이던 코스닥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배당에 나선 결과다. 실제 경동제약, 리드코프, 파라다이스, 청담러닝 등 코스닥 7개사는 작년과 달리 올해 중간·분기배당을 실시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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