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09일(16:1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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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최초로 발행한 30년 만기 외평채가 '미스 프라이싱' 논란에 휩싸였다. 발행 직후 일어난 거래에서 금리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9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부가 발행한 30년 만기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가 지난 6일(현지 시각) 뉴욕금융시장에서 발행 당시 스프레드보다 0.175%포인트나 급락한 0.55%포인트의 스프레드로 거래됐다.
통상 발행 후 거래에서 스프레드 축소 범위는 0.03~0.05%포인트 사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외평채는 금리 변동성이 수용 가능한 선을 크게 벗어났다. 그만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30년물 외평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처음으로 애초부터 금리를 필요 이상 높게 잡았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글로벌IB 관계자는 "정부가 맨 처음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최초 금리가 너무 높게 나가면서 타이트닝(금리 축소)이 시장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아 금리가 급락한 것"이라며 "더 싸게 발행할 수 있었는데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에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자비용만 더 물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정부는 30년 만기 달러화채권에 대해 투자자 모집에 나서면서 최초 가이던스를 30년 만기 미국 국고채 수익률에 0.95%포인트 근처(Area)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스프레드를 두 차례 하향 조정해 최종적으로 0.725%포인트의 가산금리를 확정지었다.
발행금리가 최초 가이던스보다 0.225%나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가이던스 자체에 산정 오류가 있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최종 금리 역시 물음표를 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최종 스프레드로 0.60%포인트가 적정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랬다면 3750만불(한화 약 381억원)의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발행측은 한국계 투자자들로 인해 가격이 왜곡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물량 배정을 거의 받지 못한 한국 보험사들이 유통시장에 출회된 외평채 물량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면서 금리가 급락했다는 것이다.
발행측 한 관계자는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한국계 기관들이 대거 주문을 넣었지만 외평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상당 부분 배제 시켰다"며 "물량을 받지 못한 한국 보험사들이 발행 직후 시장에 나온 매물을 대거 매수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30년물 외평채를 사기 위해 한국계 투자자들이 쏟아낸 주문만 1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체 주문량의 30%에 달하는 수치다. 최종적으로 정부는 전체 주문량의 20%를 한국계 투자자들에게 배정했다.
정부가 발행한 7억5000만유로(약 10억달러)규모 10년 만기 유로본드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규모로 달러화 채권을 발행했더라면 가산금리는 0.15%포인트 가량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당초부터 정부가 유로본드를 선택한 데 의아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었다. 유럽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탓에 달러화 채권(글로벌본드)보다 금리가 비싸기 때문이다. 정부를 비롯한 국내 금융기관들이 그 동안 유로본드를 발행하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번 유로본드 금리를 달러로 전환해 계산하면 0.15%포인트나 더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굳이 유로본드를 고집한 탓에 이자비용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효혜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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