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뇌에서 비만 원인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 섬모에서 비만의 원인을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민선 교수팀과 가천대 이길여암당뇨연구원 이봉희 교수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중추인 뇌 시상하부의 섬모 길이가 비만 쥐에서 모두 짧아져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 비만 쥐의 평균 섬모길이는 정상 쥐 5.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 비해 약 40% 짧은 3.3㎛였다. 특히 3㎛ 미만의 짧은 섬모비율이 정상 쥐는 전체 섬모 중 13%에 불과했지만 비만 쥐는 50%이상이었다.
연구진은 동물의 몸이 배부르거나 배고프다는 포만, 기아 등의 신호를 뇌로 보내는데, 여러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인 신경세포 섬모가 짧아져 에너지 과잉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는 게 비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비만이 아닌 정상 쥐의 시상하부 신경세포 섬모를 짧게 만들면, 섬모가 몸에서 보내는 포만 신호를 감지하지 못해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반면 에너지 소비를 적게 해 체중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 동안 신경세포 섬모가 바뎃-비들 증후군이나 알스트롬 증후군 등 유전성 비만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일반적인 비만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대표적인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섬모 길이를 조절해 뇌 시상하부 신경세포가 우리 몸의 신진대사 신호를 감지한다는 사실도 추가로 증명했다. 연구결과, 비만 쥐에 렙틴을 투여한지 12시간이 지나자 섬모길이가 61%나 길어졌다. 렙틴을 주기 전 비만 쥐의 평균 섬모길이는 2.28㎛로 짧았지만, 렙틴 처리 6시간 경과 후 2.65㎛, 12시간 경과 후 3.72㎛로 길어진 것이다.
김민선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비만이 몸에서 에너지 과잉 상태를 잘 감지하지 못하는 섬모장애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과 관련된 치료제, 식욕억제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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