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 음원차트와는 무관한 순위다툼…왜?
[MBN스타 박정선 기자] 지난 2일, SBS ‘인기가요’에서 가수 선미가 1위를 차지했다. 선미는 원더걸스에서 솔로로 데뷔한 이후 음악프로그램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것이다. 첫 싱글 ‘24시간이 모자라’를 발표한 지난해 8월, 즉 솔로 데뷔 약 6개월 만에 1위의 자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인기가요’의 순위가 눈길을 끌었다. 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같은 가수가 1위를 차지한 일이 없다. ‘인기가요’는 1월 첫 주부터 순서대로 아이유 ‘금요일에 만나요’ 걸스데이 ‘썸씽’ 동방신기 ‘썸씽’ 비원에이포 ‘론리’ 걸스데이 ‘썸씽’ AOA ‘짧은치마’ 비에이피 ‘1004’ 소유X정기고 ‘썸’ 선미 ‘보름달’ 등 골고루 상을 나누어줬다.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는 동방신기의 ‘썸씽’이 3주 연속 1위, 걸스데이 ‘썸씽’과 소유X정기고 ‘썸’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비의 ‘써티 섹시’와 엑소 ‘12월의 기적’이 각각 한 주씩 정상에 올랐다. KBS2 ‘뮤직뱅크’ 역시 소유X정기고와 비원에이포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다른 가수들에게 1위가 돌아갔고, MBC ‘음악중심’도 소유X정기고만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과거 ‘7주 연속 1위’ ‘8주 연속 1위’는 그저 옛말일 뿐이었다.
↑ 사진=201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음악방송 4사(Mnet 엠카운트다운, KBS2 뮤직뱅크,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1위 가수(팀) |
최근의 일이라면 발표직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할 만큼 화제를 모았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일하다. 싸이는 MBC ‘뮤직뱅크’에서 ‘강남스타일’로 지난 2012년 8월 17일과 24일, 31일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더니 카라의 ‘판도라’에 한 주간 1위를 내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싸이는 다시 1위를 탈환, 14일부터 11월 16일까지 10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뮤직뱅크’에서 13주간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싸이의 10주 연속 1위 기록은 지난 2009년 ‘지’(Gee)로 9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소녀시대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음악 관계자들의 입장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상반된 시각을 보인다.
긍정적인 시각이라면 표면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가요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매달 ‘걸그룹 대전’ ‘보이그룹 대전’ ‘여가수 대전’ 등의 이름이 붙을 정도로 많은 가수들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1위 다툼 끝에 순위가 매주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가요계 내의 경쟁 콘텐츠가 많고,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굳이 긍정적인 부분을 물었을 때나 가능한 소리다. 말 그대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왜 음악방송의 1위가 매주 바뀔까”라는 질문을 받고 단번에 “실명은 빼 달라. 그래야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말부터 내뱉었다. 이 말은 곧, 말 한마디로 음악방송에 소속 가수의 출연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사실 방송 3사의 음악프로그램이 차트를 반영하고 있지만, 암묵적인 동의 같은 것이 있다. 가수와 예능과의 관계 때문에 음악방송이 차트만 가지고 운영할 수 없는 구조”라며 “차트 1위가 곧 방송의 1위가 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 3사의 음악방송이 순위프로그램으로서의 기능만을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