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으로 떠들썩 했다. 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또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 속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남자 쇼트트랙이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가 3관왕을 차지하는 것을 보며 느낀 게 많았다. 쇼트트랙 내부적인 복잡한 문제를 떠나 농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봤다. 더 안타까웠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현수는 러시아의 귀화선수다. 한국으로서는 최고의 선수를 놓쳤지만, 러시아는 최고의 선수를 잡았다. 그리고 최고의 성적을 냈다. 안현수가 없었다면 러시아의 종합우승은 불가능했다. 미국 언론에서 안현수를 마이클 조던에 비유한 글을 보기도 했다. 안현수는 메달권 밖이었던 러시아를 쇼트트랙 강국으로 만들었다.
↑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8년 만에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하며 러시아의 종합우승을 이끌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일단 현재 남자대표팀의 귀화선수 영입에 대해선 찬성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일본, 대만, 카타르, 요르단, 필리핀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귀화선수 및 이중국적자를 경기에 참여시키고 있다. 현 대표팀에서도 강력하게 귀화선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대표팀은 이미 귀화선수를 도입했다. 이승준, 문태종 등 혼혈선수들이 귀화선수 자격으로 뛰었다. 이들은 엄밀하게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한국인 아닌 미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산타크루즈 선수들에게 물었다. 질문은 이랬다. “한국 대표팀에 혼혈선수가 있다. 그런데 귀화선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자 선수 중 한명이 되물었다. “둘 다 미국 선수 아니냐?” 혼혈선수에 대해 한국에서 느끼는 것과 달리 외국에서는 우리가 이미 귀화선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지금은 글로벌한 시대다. 인식의 변화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귀화선수에 대한 거부감 자체가 없다. 어차피 귀화선수를 영입한다면 제대로 된(기량이 월등한) 귀화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좋은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래야 국제 경쟁력이 생긴다.
하지만 쇼트트랙의 안현수처럼 농구에서 최고의 선수를 귀화시키긴 쉽지 않다. 특히 미국에 있는 좋은 선수들은 미국프로농구(NBA) 도전을 위해 미국을 떠나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우리 팀에서 기량이 꽤 출중한 센터에게 한국 귀화 의사를 물었다. 역시 대답은 “No”였다. 이유는 NBA에 도전하는 시점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반응도 나왔다. 대부분 선수들은 상업적으로 접근했다. 여기 선수들은 많은 금액을 제안 받았을 경우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공을 들이면 귀화선수로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그러기엔 투자 비용도 대표팀에게 주어진 시간적 여유도 없어 보인다.
난 대표팀에서 나름 꽤 오래 뛰었다.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대회도 있지만, 거의 10년 동안 태극마크를 달았다. 내 경험으론 국제대회에서 빅맨은 절실하다. 특히 중동 국가들의 귀화선수나 이중국적 선수들에게 밀려서 패배를 당했을 때 그 느낌이란…. 참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당시에는 이런 부분(귀화선수)이 비난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모두가 인정하고 이젠 국제농구연맹(FIBA)에서도 제도적으로 규정을 정해놓고 있지 않은가?
↑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에서 귀화선수 자격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승준. 그러나 이승준은 시즌 중 부상으로 인해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고 인천아시안게임 참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번 아시안게임은 안방에서 열린다. 우리 선수들이 시상대
[전 삼성 농구선수/현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