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사진 유용석 기자]
유승우(17)는 ‘빠른’과 꽤 인연이 깊어 보인다.
2년 전 Mnet ‘슈퍼스타K4’ 출연 당시, 그는 첫 예선 무대에서 본인을 ‘빠른’ 생일자로 소개했다 심사위원 이승철과 본의 아니게 긴 대화를 나눴다. 이후 TOP6라는 좋은 성적으로 오디션을 마친지 불과 8개월 만에 데뷔하더니, 또 1년이 채 되기 전 따끈따끈한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앨범명 또한 ‘빠른 열아홉’이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내며 반달눈웃음을 보이던 그였다. 하지만 ‘빠른 열아홉’의 시간을 살고 있는 2014년 2월의 유승우는 좀 달라졌다. ‘국민남동생’ 유승호의 큰 키와 훈훈함에 부러움을 표한 데 이어 이번엔 여진구의 굵직한 목소리에 사심을 드러내는, 평범한 ‘곧 스물’ 소년이지만 음악을 대하는 속내는 꽤나 단단해져 있었다.
지난 1년간 유승우는 ‘소처럼 일했다’. 이른바 앨범 홍보 기간 동안에는 음악 프로그램 스케줄을 쉴 새 없이 소화했다면 이후엔 페스티벌을 비롯한 다양한 무대에서 팬들을 만났다. “쉬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는 그는 “하루는 느리게 가는데 1년은 빠르게 간 느낌”이라고 데뷔 첫 해를 회상했다.
올해는 기습적으로 내놓은 두 번째 미니앨범 ‘빠른 열아홉’으로 시작한다. 타이틀곡 ‘입술이 밉다’는 예쁜 짝사랑의 감정을 세련된 편곡과 멜로디에 버무린 팝 발라드곡이다. 어쿠스틱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던 첫 앨범에 비해 장르적으로 대중성을 넓힌 선택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승우의 한층 성숙해진 보컬이 인상적이다.
“목소리가 변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따로 트레이닝을 받은 건 아닌데 커가면서 변하는 거 같아요. 목소리 변화는 자연스럽게 넘겼죠. 늘 노래를 부르니까 저는 잘 몰랐는데, 새롭게 들으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지난 해 10월께 변성기가 끝났다는 유승우는 “변성기를 크게 겪진 않아 ‘슈스케’ 때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노래할 땐 지금 내 목소리가 좋은데 말할 땐 아예 여진구 군처럼 목소리가 낮았으면 좋겠다”며 헤헤거렸다.
무대 위 퍼포먼스도 파격적이다. 일단 그는 분신과도 같던 기타를 잠시 내려놓고 적당한 율동이 가미된 무대를 선보인다. 지난 10일, 컴백 첫 무대인 SBS ‘인기가요’에서 선보인 무대는 방송 직후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기타를 놓는 콘셉트에 대해 처음엔 반대했어요. 하지만 결국엔 수용하고 무대에서 약간의 동작을 하게 됐는데, 거울 속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어요. 솔직히 기타를 잡았을 때가 제일 편하거든요. 이제 다시는 기타를 안 놓으려고 합니다.(웃음)”
경쾌한 분위기의 ‘Hello My World’와 ‘Baby Is U’에 이어 수록된 이별노래 ‘그날’은 유승우의 자작곡이다. “남녀가 헤어진 뒤 서로의 모습을 보며 ‘난 이런데 넌 잘 지내냐’ 그러는 내용이에요. 가사는 아프지만 멜로디나 분위기는 슬프지 않은 곡이죠.”
지난 해 5월 데뷔 쇼케이스 당시 ‘모태솔로’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도 직접 경험 아닌, 다양한 매체와 채널을 통한 간접 경험의 산물이다. 그의 신상-여자친구 교제 유무-에는 달라진 것이 없단다.
“학교 친구들도 저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고 다들 짝이 있더라고요. 중학교 때, 고1때까지는 이성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음악에 빠져서 그런지 관심이 잘 안 생겨요.”
사랑 얘기가 나오자 유승우는 최근 트위터 배경화면을 ‘LOVE’로 바꿔 팬사이트 갤러리를 발칵 뒤집어놓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사랑’이에요. 제이슨 므라즈도 늘 ‘러브 러브 러브’ ‘우리는 늘 사랑 속에 삽니다’라고 하잖아요. 그걸 본받고 싶어서 트위터 배경화면을 바꿨는데 그걸 본 팬분들이 ‘애새끼 연애하나봄’이라며 쿨하면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내주셨어요.”
애새끼라니. 이 얼마나 정감 있는 호칭인가. 그 뉘앙스는 다소 세게 느껴지지만 유승우는 “재미있다”며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맘에 들어했다.
“음악 외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이나 악플은 저도 웃어 넘기게 되요. 키가 작다던가, 뭐가 예쁘냐 혹은 귀엽냐 등의 악플에는 저도 공감하고 ‘그러게요’ 하며 넘어가게 되죠. 그런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악플은 너무 슬플 것 같아요.”
기타를 사려고 중3 때부터 1년간 용돈을 모아 30만 원짜리 기타를 사고, 곧바로 ‘슈스케’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유승우. 그는 “천운이었다”며 “마냥 운‘빨’이기만 하면 안 되지 않겠나. 그런 기회가 주어진 만큼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첫 번째 앨범 냈을 땐 1등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허)각이형이랑 ‘모노드라마’라는 노래도 내고 ‘슈스케’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회사에서 정해주는 노래로 나오면 들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죠. 첫 날 성적은 괜찮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내 이름으로 남는 앨범이고 노래들인데, 너무 소홀히 타의에 따라서 한 건 내 실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유후’ 때부터는 더 깐깐해지고 애정을 갖고 하려 하고 있어요. 아직은 어리고 그렇다 보니 제 고집대로 할 순 없는 게 있지만 점점 커가면서, 확장해가야죠. 언젠가는 아쉬움이 없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가수의 꿈을 이뤘고, 음악에 관한 한 ‘천재소년’ 소리도 들어봤다. 하지만 아직 본인의 음악은 멀었다고 생각하는 그다. “아직 어린 나이니까 ‘좋은 음악 하는 어린 애’로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성장하고 싶어요. 지난 번 앨범보다 이번 앨범에 제 생각을 더 담았으니 그 부분을 지켜봐주시면 좋겠어요.”
특히나 자작곡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슈스케’ 탈락한 이후 곡을 쓰기 시작했으니 이제 1년 정도 됐는데, 조금씩 자리 잡혀가는 게 느껴져요. 계속 전보다 성장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제 색깔이 완전히 자리잡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봐주실 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좋게 봐주실 수 있도록 곡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가수는 결국 음악이잖아요.”
“좀 더 유승우라는 가수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제 바람은 계단식으로 한 단계씩 올라가는 것이지만, 금방 잊혀질 수도 있는 게 현실이잖아요. 워낙 파동이 큰 곡선이 흔하다 보니 걱정도 되요. 다만 제 목표는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고요, 그러기 위해 다른 면이 아닌 음악적으로 좀 더 각인을 시켜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메이저 무대에 비교적 쉽게 입성한 만큼, 유승우는 “좋은 음악을 하는 분들이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게 음악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최종 목표는 “나답게, 나대로 사는 것”이다. 유승우는 “언제나처럼 음악을 즐겁게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아직은 어리고 여건도 안 되지만, 그냥 제가 노래하고 싶으면 팬카페에 ‘여러분 8시에 한강에서 봬요’라고 올려놓고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점점 커가면서 제 꿈을 지켜야죠. 제 바람은 자유로운 음악, 바로 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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