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그동안 입이 근질거려 어떻게 참았을까. 데뷔마저 노출연기로 시작했다는 ‘음담패설의 갑’ 라미란은 그 명성에 걸맞게 노골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음탕한 개그를 이끌어내며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거지 김기방, 내시 최우식, 몸종 라미란, 그리고 변태 이병준까지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 스타’에서 ‘거지, 내시, 몸종, 그리고 변태’ 특집으로 이름만 빼고 다 아는 명품조연들이 출연해 화려한 입담을 자랑했다.
나이도 외모도 닮은 꼴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들은 저마다 다른 캐릭터와 매력을 드러낸 가운데 이날 스튜디오에서 가장 빛났던 사람은 바로 라미란이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처음 도전하는 것임에도 라미란은 전혀 떠는 기색 없이 적절한 자기 디스와 자기자랑의 경계를 지켜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처음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라미란은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겨온 배우다. 지난해 영화 ‘소원’으로 3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 라미란, 사진=라디오스타 방송캡처 |
비록 이름이 낯설지 몰라도 그의 얼굴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청룡영화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고 해서 인터넷을 검색했는데 보자마자 ‘아 얘구나’했다”라는 이병준의 고백처럼 화면에 비친 라미란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대중들을 만나온 만큼 친숙함이 가득했다.
이날 라미란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던 부분을 음담패설이었다. 영화 ‘미인도’에서 ‘음탕하게’ 노는 정경부인, 영화 ‘헬로우 고스트’에서는 차태현의 노상방뇨를 노골적으로 보는 ‘변태’ 아줌마 등 출연작마다 약간의 ‘19금’이 걸쳐져 있는 라미란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받아치며 스튜디오를 순식간에 점령해 나갔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는 방송 내내 대놓고 야한 이야기를 던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음담패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제보가 있다”는 MC의 말에 굳이 부정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19금의 영역에 살짝 발을 넣을 수 있도록 유도해나갔다. 절정은 라미란이 자신의 고향 이야기를 할 때였다.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라미란은 ‘강원도 고한’이라고 말했지만, 앞서 ‘음담패설’의 여파가 있었던 탓에 사람들의 귀에는 ‘고환’으로 들리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19금을 이끌어 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라미란은 이후 MC들의 19금 개그에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면서 40대 여성의 노련함과 재치를 드러냈다. 하지만 라미란의 매력은 단순히 음담패설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다. ‘내 이미지를 바꿔주는 노래’로 BMK의 ‘물들어’를 선택한 라미란은 이후 이를 열창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물들어’를 부르는 라미란은 가수 못지않은 풍부한 성량과 가창력을 자랑하며 또 다른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각각의 SNS와 게시판을 통해 라미란이 보여주었던 다양한 매력에 대한 호평을 늘어놓고 있다. 안방극장에 얼굴만 익숙했던 라미란이 ‘라디오스타’를 통해 제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됐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넘치는 입담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한 라미란이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궁금해진다.